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11차례 변론에서 증인 16명을 불러 신문하면서,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췄는지, 국회 봉쇄나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윤 대통령도 8차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지난 2월 25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고도 한 달 넘게 평의를 이어 왔다.

헌법 전문가들의 선고 전망은 엇갈렸다.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위헌이어서 만장일치로 파면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반면,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없으므로 기각 또는 각하”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래서 기각·각하될 것]

오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각·각하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법조인과 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과정에서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탄핵 심판에 제출된 검찰 등의 수사 기록이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래픽=박상훈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잘못이 일부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당시 국내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자 곧바로 해제했다”면서 “당시 계엄은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당한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황이 비상계엄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오롯이 대통령의 판단 영역이어서 헌재가 사후에 재단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포고령에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에 대해선 “계엄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잘못이 있다”면서도 이 교수는 “해당 포고령 내용이 실현되지 않았고, 무고한 사람이 다치거나 정치인이 불법 체포되는 일도 없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헌재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배경으로 지목한 국회의 ‘입법 독재’ 문제도 같이 살펴야 한다”면서 “거대 야당의 줄탄핵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헌 문란 목적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 목적이 강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용 대 기각이 4대4 정도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재판관들이 검경 수사 기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지를 두고 상당한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5(인용) 대 3(기각)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검경 수사 기록이 별다른 이견 없이 증거로 인정됐지만, 이제는 형사 재판에서도 당사자가 부인하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쓰지 못한다”면서 “형사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증거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대해 재판관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또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헌재 변론 과정에서 홍장원·곽종근 등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흔들리는 등 기각 결론에 부합하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탄핵이 인용될 정도로 윤 대통령의 내란 의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변론 종결 이후 ‘홍장원 메모’ 필체 논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회유·압박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됐다”며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재가 이런 논란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탄핵 심판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많다”며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지 교수는 먼저 “국회가 탄핵소추 이유에서 내란죄를 뺀 것은 탄핵 심판의 핵심 사유가 변경된 것”이라며 “헌재는 심리를 중단하고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탄핵소추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홍장원·곽종근 등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흔들렸는데도 헌재가 급하게 변론을 종결했다”며 “심리가 미진한 상황에서 헌재가 억지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경우 향후 형사 재판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 교수는 “헌재가 검경의 수사 기록을 무리하게 증거로 채택한 것도 헌법재판소법 위반이어서 각하 사유”라며 “윤 대통령 측이 공범 관계에 있는 군 관계자들의 조서 내용을 부인한 만큼 이 조서들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각하보다는 기각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최소 2명의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