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서운 반지야.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완전히 압도당하게 된다네. 반지가 사람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지. 결국에는 반지를 지배하는 암흑의 권능이 감시하는 미명의 지대를 헤매게 된다네. 의지력이 강하거나 원래 선량한 사람이라면 그 순간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겠지만, 의지력이나 선량함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일세. 결국엔 암흑의 권능에 사로잡히고 마는 거지. - J.R.R. 톨킨 ‘반지의 제왕’ 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의 대학, 의전원 경력이 삭제됐다. 입학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의사 면허도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조국은 ‘송곳으로 심장을 찌르고 채칼로 살갗을 벗겨내는 것 같은 고통’이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아시안게임의 승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고 대학에 특례 입학했으나 정치 싸움에 휘말린 결과 학력을 포함,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정유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당시 조국은 자신의 딸아이 또래인 그녀를 얼마나 모질게 비난하고 매도했던가. 지금 그가 고통스럽다면, 아비로서가 아니라 분에 넘치는 힘을 휘둘렀던 시간에 대해 마땅히 치러야 하는 대가일 것이다.
마법의 반지는 지배하고 싶은 욕망을 일깨운다. 훔치고 빼앗아서라도 가지라고 다그친다. 속이고 때리고 죽여서라도 높이 오르라고 재촉한다. 악을 소탕하고 비뚤어진 사회를 바로잡는 데 그 힘을 쓰겠다고 맹세해도 반지는 착한 욕망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속성을 아는 현자들은 반지를 두려워하여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반지를 파기하고 악을 물리치고 세상의 평화를 되찾는다. 하지만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죽지 않는다.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이 재촉하는 불행과 그 밑에서 신음하는 사람들로 세상은 하루도 평온할 날이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가 적임자다, 이 사람이 유능하다, 저 사람을 밀어달라, 앞에 나선 이들과 뒤에서 미는 사람들, 정당마다 지역마다 후보 경쟁이 치열하다. 훗날 ‘송곳과 채칼’로 살을 저미는 고통을 느낀다며 울먹일 사람은 아닐까, 눈여겨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