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청와대가 22일 밝혔다. 친서에서 문 대통령은 4년 전 평창올림픽발(發) 대화 국면을 상기하며 남북 관계 개선을 주문했고,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수고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수도권 타격용 전술핵 미사일을 잇따라 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한반도 핵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교분 확인 수준의 친서를 교환한 것은 안이한 상황 인식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사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청와대도 이를 확인했다. 청와대는 친서 교환이 “남북 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불과 며칠 전까지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을 떠올려 봤을 때 (문 대통령의) 서신 속 평화 외침이 당혹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보낸 친서에서 “(2018년)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대화 재개는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김 위원장도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남북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은 함께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튿날 보내온 답장에서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역사적 합의와 선언을 내놓았다.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며 “아쉬운 점이 많지만 북과 남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북남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애쓴 문 대통령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잊지 않겠다.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번 대화는 깊은 신뢰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남북 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친서 교환 소식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하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엔 싣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친서 내용이 진심이라면 주민들에게 숨길 이유가 없다”며 “이번 친서 역시 대남 기만, 남남(南南)갈등 유발 목적임을 시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