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F-16 전투기들이 2021년 10월 10일 대만 타이페이의 대통령 청사 앞에서 열린 국경절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집무실 상공을 근접 대형으로 비행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이 대만에 F-16 전투기용 미사일 등 6억1900만달러(약 81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 해협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 200기, AGM-88B 고속 레이더 파괴용 공대지 미사일 100기 등에 대한 대만 수출 계획이 미 국무부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무기 수출은 수입자(대만)의 영공 보호, 지역 안보, 미군과의 상호 운용성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은 (중국) 공산군의 위협과 도발로부터 영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으로) 무기를 수출한 것은 중국의 주권과 안보적 이익, 중·미 양국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또 ‘대중 강경파’로 평가받았던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을 대만 내에서 미국의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협회(美國在臺協會·AIT) 주석으로 임명했다. AIT는 2일 “제임스 모리어티 현 주석이 20일 은퇴한다”며 “모리어티 주석의 은퇴에 따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로라 로젠버거를 다음 주석으로 임명할 것을 이사회에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또 “AIT 주석으로서 로젠버거는 대만에 대한 정책 차원의 대화에 참여하며, 대만에서 또 미국 내 대만 대표부와의 면담에서 (미국) 행정부를 대표한다”고 명시했다. 로젠버거 전 국장이 사실상 주대만 미국 대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와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NSC 선임국장을 2년간 지낸 로젠버거는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전임자들보다 좀 더 실질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며 “로젠버거가 하게 될 일의 초점은 2024년 초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 후보들과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24년 대선 결과는 대만과 중국 관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선을 금지한 대만 헌법에 따라 차이잉원 현 총통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당인 민진당에서는 대만의 주권을 강조하며 중국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 온 라이칭더 부총통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대만 독립을 원하는 민진당과 달리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에서는 주리룬 당 주석 등 여러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젠버거의 또 다른 주요 임무는 대만 국방부를 설득해 미국이 원하는 비대칭 방위 전략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대만이 중전차나 전투기보다 지뢰나 대공·대잠 미사일을 이용하는 비대칭 방위 전략을 채택하기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차나 전투기가 중국의 공격 초기 모두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