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로 통칭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셋값이 수도권에서 매매가의 83.7% 수준까지 올라갔다. 서울에선 25개 구 중 14개 구가 80%를 넘어섰다. 부동산 업계에선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13개 동(洞)에선 빌라 전세가율이 100%를 넘는 ‘깡통 전세’ 현상이 벌어졌다. 집값 하락 속에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수도권 빌라의 전세 세입자가 피해볼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주택 가격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값은 19주 연속, 서울은 16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8월 한 달간 전국 아파트값이 0.51% 떨어져 13년 7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심리가 확산돼서 매수세가 실종되고 곳곳에서 매매가 끊어지는 ‘거래 절벽’이 빚어지고 있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집값이 비쌀 때 전세 들어갔던 세입자들이 속속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국 75개 시·군·구에서 전세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고가 총 511건 발생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089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깡통 전세’ 위험에 노출된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미친 집값’이란 말이 나올 만큼 급등했던 주택 가격은 내려야 마땅하다. 집값 거품이 빠져야 청년층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취약층의 주거 부담도 줄어든다. 그러나 집값 하락세가 너무 급격하면 득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빚내서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族)’의 대량 파산이 우려되고 1800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가계 경제도 부실화될 수 있다. 주택·주식 거품 붕괴로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처럼 경기에도 악영향을 준다. 집값이 완만한 하향세를 그려 적정 수준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