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가 있었지만, 이번 엑스포는 다르다. 국제박람회기구는 박람회의 등급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5년마다 개최되는 등록박람회가 있고, 규모와 주제가 제한된 인정박람회가 있다. 등록박람회는 참가국이 자비로 전시관을 건축하지만, 인정박람회는 주최국이 전시관을 만들어 참가국을 초청한다. 그만큼 등록...

지난 12일 애플은 최초로 3나노미터(nanometer) 공정이 적용된 아이폰을 발표했다. 반도체에 작은 미세 구조가 필요한 이유는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기 위해서이고, 트랜지스터가 많아질수록 성능은 좋아진다. 애플은 3나노미터 공정으로 칩(chip) 하나에 무려 19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성능을 20% 올릴 수 있었다. 10억분의 1m를 뜻하는 나노미터는 실리콘 원자가 고작 4개 정도 배열되는 크기이니 현재 반도체 경...

지난 7월 제임스웹 망원경이 1주년을 맞았다. 허블 망원경을 대체하기 위해 무려 100억달러(한화 13조4000억원)를 들인 이 거대 망원경은 지난 1년간 우주에 대한 시야를 한 단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별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미지들은 경이롭지만, 사실 천문학적 비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많은 세금이 투입되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런 대형 과학 프로젝트는 논쟁에 휘말리기 쉽다. 그런...

이번 달 계속된 폭우로 날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태풍이나 물난리는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상 예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19세기까지 기상 예보는 미신으로 여겨졌다. 날씨는 신의 영역이었고, 기껏 달무리나 동물에게 의존하는 것이 전부였다. 1854년 영국 의회에서는 일기예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일까지 있었다. 과학자들은 날씨 예측이 점성술이라며 꺼렸다. 기상 예보가 과...

지난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고, 오는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떨어진 두 날짜만큼이나 과학과 발명은 별개 같지만, 100년 전 우리 지식인들 생각은 달랐다. 시작은 1924년 김용관이 조선일보에 발명학회 설립을 제안한 일. 그는 1918년 경성공업전문학교를 1회로 졸업한 엔지니어였다. 이 학교는 대한제국이 이공계 교육을 위해 설립한 공업전습소를 이은 것으로, 졸업생들은 최초의 과학도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래서 공우구...

최근 챗GPT가 던진 충격이 엄청나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는 문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단순한 문장에 그치지 않고 여러 문단으로 구성된 장문의 글을 완성할 뿐 아니라, 전문 학술 논문을 작성하고, 심지어 프로그램 코딩도 가능하다. 알파고가 바둑만 두었다면, 챗GPT는 거의 모든 주제에 걸쳐 인간의 지시를 알아듣고 대화한다. 이 놀라운 인공지능에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공개된 지 불과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더...

최근 KAIST와 포스텍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추진하자, 의사 단체들이 반대하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의학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일 텐데, 논란에서 잠시 물러나 처음 서양 의학이 소개되던 시점의 한 인물을 통해 의료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895년 12월 25일 서울의 일본공사관이 본국에 다급히 보고했다. 필립 제이슨(Philip Jaisohn)이라는 미국인이 도착했는데, 그가 바로 서재필이라는 것이다. ...

과거 김치는 소중한 식량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우리나라는 1인당 하루 평균 무려 300~400g의 김치를 먹었다. 같은 시기 1인당 양곡 소비량이 하루에 450~520g(그중 쌀이 350g)이었으니, 김치는 쌀 못지않은 주식이었다. 2020년 쌀 소비량은 122g, 김치 소비량은 57g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김치는 쌀, 우유에 이어 셋째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육류 소비가 늘어나며 먹거리가 다양화되기 전까지 김치가...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는 기상이변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탄소 중립으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시나리오는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세계 각국이 전쟁과 인플레까지 겹치며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에너지와 식량 위기가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18세기의 에너지와 식량 문제에 맞선 어...

지난 7월 12일, 제임스 웹(James Webb) 망원경이 보내온 다섯 장의 사진이 세계를 열광시켰다. 무려 25년간의 준비 기간과 13조원에 이르는 개발비는 모두 허블(Hubble) 망원경을 대체하며 발생했다. 이렇게 큰 노력과 자원이 필요한 망원경의 매력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망원경(望遠鏡·telescope)은 단순히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과거를 보여준다. 이처럼 우주를 보는 망원경은 인류의 시야를 시간...

1961년 2월,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국장으로 제임스 웹(James Webb)을 임명한다. 재무부 예산국장을 거쳐 국무 차관까지 지낸 그는 전형적 관료였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았던 그가 발탁된 것은 우주개발에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며 우주 경쟁이 벌어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소련에 뒤지고 있었다. 얼마...

지난 10일, 민간인들만 탑승한 미국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이들이 부담한 비용은 1인당 5500만달러(한화 약 676억원)로 비싸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선에 비하면 훨씬 저렴해진 것이다. 아폴로 우주선 당시 1인당 비용은 3억9000만달러(약 4800억원)로 이번 스페이스X 비용의 7배에 달한다. 이는 개발된 우주선으로 우주를 왕복하는 비용이고, 우주선 연구개발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예컨대 미국...

“에펠탑이 인체를 모방한 기술이라는데, 왜 그런가요?” 얼마 전, 어느 대학생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지금은 에펠탑이 없는 파리를 생각할 수 없지만, 에펠탑이 처음 등장할 때는 달랐다. 사람들은 앙상한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듯한 에펠탑의 모습에 경악했다. 에펠탑이 인체의 골격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공대 교수가 우연히 방문한 의대 해부학 교실에서였다. 이처럼 생명체에 영감을 얻어 형태와 구조를 모방하는 것을 생체...

2015년 미국 대학원생 크리스틴 피그너(Christine Figgener)는 바다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 영상이 던진 충격은 엄청났다.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2018년 타임지는 그녀를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바다거북 영상이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후 대안으로 제시된 종이 빨대는 오히려 논란이 되었다. 종이는 친환경적이지...
2016년 알파고(AlphaGo)의 등장은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한다는 생각을 주었다. 놀라움과 충격으로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혹은 어떤 일자리가 살아남을지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소비 전력은 170kW(킬로와트)이지만, 이세돌은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무려 34년간 계속되다 코로나로 중단된 런던 ‘여왕 폐하의 극장(Her Majesty’s Theatre)’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7월 재개되었다. 여전히 매서운 팬데믹 속에서도 공연을 추진한 것은 어떻게든 일상을 회복하려는 첫걸음이다. 이 극장이 역병의 시대였던 17세기를 벗어나며 런던이 세운 최초의 오페라 극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시 런던을 주름잡던 뉴턴과 헨델의 이야기가 얽혀...

우여곡절 끝에 다음 주면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여러 논란에 거부감도 크지만, 올림픽 자체는 인류가 추구할 가치를 보여주는 축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문화 행사이고, 천문학적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 개막식은 오래도록 기억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과학기술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한 신사가 셰익...

최근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유학자 정약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약용의 형이기도 한 정약전은 유배된 흑산도에서 해양 생물을 연구하고 기록한 인물.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정약전의 바다 탐구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교 경전 ‘대학(大學)’의 첫 구절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대학의 길은 밝은 덕(德)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며 지극한 선(善)에 머무는 데 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잘...

지난 3월 23일, 초대형 화물선이 좌초하며 수에즈 운하가 막히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났다. 단 며칠간의 봉쇄로도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모습에 연일 뉴스가 쏟아졌다. 그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기에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수에즈 운하는 그 자체로도 인류가 오랜 기간 만들어 낸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그 과정에는 수천년의 꿈을 현실로 만든 정치와 외교, 그리고 여기에 기꺼이 동참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1798년 봄,...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그런데 정월은 12간지의 셋째 달이다. 밤이 가장 깊은 ‘자시(子時)’에서 하루가 시작하듯 밤이 가장 긴 동짓달 ‘자월(子月)’이 한 해의 시작이었다. 이를 바꾼 것은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이다. 천체를 기록하는 업무를 맡던 그는 새해를 봄으로 바꾸고 싶었다. 천문 법칙으로는 추운 동짓달이 맞겠지만, 봄을 맞는 ‘인월(寅月)’, 즉 12간지 중 셋째 달에 새해를 맞는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 보았다...

1850년 봄, 구두쇠 스크루지로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마이클 패러데이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아인슈타인이 가장 존경한 패러데이는 전자기학을 정립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다. 디킨스는 얼마 전 조찬 모임에서 들은 강연 얘기가 너무 인상적이라며 혹시 강연 원고를 받아 볼 수 있을지 묻는다. 복사기도 없던 시절, 늘 겸손했던 패러데이는 기꺼이 원본을 빌려준다. 디킨스가 말한 강연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에펠탑.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에는 72명의 프랑스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들의 이름이 금빛으로 새겨져 있다. 수학자로는 라그랑주와 코시, 과학자로는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 엔지니어로는 카르노와 코리올리 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쟁쟁한 이름들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상당수가 특정 학교 출신이거나 관련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 학교가 바로 프랑스 혁명이 탄생시킨 ‘에콜 폴리테크니크(Éc...

1986년 1월 28일, 승무원 7명이 탑승한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Challenger)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1969년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계획에 이어 1981년부터 이미 수십 차례 발사에 성공한 우주왕복선은 인류 최고의 과학 기술로 평가받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챌린저호에는 우주에서 어린이들에게 과학 강연을 하려던 현직 교사가 탑승해 어린 학생들도 발사 장면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기에 충...

얼음은 생각보다 잘 녹지 않는다. 얼음 1㎏을 녹이는 에너지는 섭씨 1064도에서 녹는 금 1㎏을 완전히 녹일 수 있다. 고대 로마인들이 알프스의 얼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도, 우리 조상들이 겨울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은 많은 숙제를 주고 있다. 미리 대비할 수 없었는지, 무엇을 해야 했는지, 당분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기에 감염병을 둘러싼 논쟁은 꽤…

지난달 실리콘 밸리의 존경을 받았던 크리스텐슨 교수의 타계 소식에 그의 '파괴적 혁신' 이론이 다시 주목받았다. 이는 아마도 우리 사회가 늘 혁신에 목말라하기 때문일 텐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으로 시작된 영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의 월드투어가 세계 각국을 돌아 이번 달이면 서울에 도착한다. 천체물리학 박사, 치과대학생, 전자공학도에 프레디 머큐리가 더해진 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