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당 지지율은 17%까지 추락했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에선 후보를 세우기조차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절윤을 실천하지 않는 당”이라며 공천 신청을 보류하는 배수진을 치자, 지난 3월 9일 당 지도부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비상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절윤 결의문을 부랴부랴 채택했다. 하지만 여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선거를 앞둔 사과 쇼’라며 여전히 비판하고 있다.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중진들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다. 윤상현 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스스로 “비윤 핵심 5인방”이었다고 하지만, 계엄 직후 탄핵 반대 대열에 섰고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계엄의 법적 근거를 따지는 모습으로 논란을 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참회록, 제 탓입니다’를 쓰고 윤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등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진정성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결의문 채택 사흘째인 지난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윤 의원을 만났다. 그가 왜 탄핵을 반대했는지, 최근 내는 메시지의 의도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전한길씨와 가까이 지내는 등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었다. “계엄에 동의한 게 아니다. 계엄은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다’라고 주장했었다. “제가 얘기한 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통해 비상계엄에 대한 판례나 구체적 사례, 법무부 입장이 준비됐냐 아니었냐를 따진 것이었다.”
- 그럼 왜 탄핵 반대를 했었나. “‘체제 탄핵’을 막기 위해서다. 국민 여론이 60% 이상이 탄핵이었고, 우리 지역에서도 70%가 탄핵하라고 했다. 그 반대를 무릅쓰고 저는 탄핵 반대를 한 거다. 탄핵을 해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 곧장 민주당 집권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 5년이 어땠었나. 정치는 독재화됐고, 경제는 폭망했다. 국가 채무가 1000조원에 달했고, 가계 부채는 18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더 줄었고, 외교 관계도 모두 최악이었다. 대한민국 근간이 무너지는 걸 봤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거다. 2017년 탄핵에 찬성했던 권성동·나경원·김무성 같은 중진들도 이번엔 탄핵 반대를 외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를 겪었기 때문이다.”
- 원래 친윤으로 분류됐었다. “처음엔 친했다. 2021년 8월 내가 복당하는 날 윤석열 예비후보를 처음 대면했는데 화통하고 스타일이 맞아서 친해졌다. 집권을 위해서는 두 개의 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도를 대변하는 안철수, 젊음을 대변하는 이준석. 제가 당시 윤 후보와 이준석, 안철수 각각의 첫 대면 회동을 만들었다. 그렇게 두 축으로 집권했는데, 집권하자마자 이준석을 축출하더라. 저는 그걸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 윤 대통령한테 직접 ‘반드시 부메랑이 온다’고 했다. 그때부터 관계가 어그러졌다. 비윤 핵심 5인방이 저, 하태경, 김근식, 최재형, 안철수였다. 2023년에는 수도권 위기를 계속 얘기했는데 수도권 의원들이 오히려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했고, 이태원 참사 때도 이상민 장관 사퇴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그렇게 쓴소리를 하면서도 탄핵은 반대했던 건데, 당시 바랐던 시나리오가 있었나. “가장 좋은 길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헌재 최후 진술에서 임기 단축과 정치 개혁 프로그램을 던지고 ‘여야가 합의하면 바로 사퇴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안 됐고, 결국 탄핵이 된 거다.”
다만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누구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한동훈 전 대표에게도, 선거를 잘못 치른 장동혁 당시 사무총장도, 중진의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책임을 인정할 때 화해의 길도 열린다고 했다.
- 공동 책임이라지만, 한동훈 전 대표는 당에서 내쫓긴 상태다. 절윤 선언 이후 친한계에서는 ‘한동훈 복당’ 얘기가 나온다. “한동훈 복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실패의 공동 책임자로서 먼저 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잘못한 걸 스스로 고백하는 사과문을 써야 한다.”
-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청한 이후 소통은 없었나. “속죄와 책임의 자세를 촉구하는 뜻을 전달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께서 사과의 말씀도 하셨다.”
- 결의문 내용이 모호하고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좀 그런 편이다. 내가 진작부터 얘기했던 건데 늦게 나왔다.”
- 결의문 채택 직전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있었나. “대다수 의원들이 지금 상황을 당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나 역시 그러한 취지로 당 지도부에 몇 가지 제안을 드렸다. 그중 하나가 수도권 선거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수도권에서 우리 당 후보들이 선거를 치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수도권에서는 민심을 보다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공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장선에서 ‘수도권 필승 전략 TF’를 구성해 지도부와 함께 전략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각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선거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어렵다. 지도부와 현장 의원들이 함께 전략을 논의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지난 3월 8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국민의힘 광역단체 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후 의원총회가 있었고, 이 자리에서 몇 가지 합의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리고 추가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던 12일까지 오 시장은 후보에 등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인적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명무실한 결의문 때문이다’ ‘어차피 질 선거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등 여러 가지 분석이 오갔다.
- 오늘(12일)까지 서울시장·충남지사 공천 추가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오 시장은 9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 공모 기간 안에 결정을 하실 가능성이 있다. 김태흠 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중요한 지역 현안인 만큼 그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천 신청을 보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김 지사는 ‘어려운 당의 상황을 피하는 것은 당원으로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공천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인 12일 오후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선봉장이 되겠다”며 충남지사 후보 공천 신청을 했다.)
-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의 노선과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나는 정치적 갈등이나 충돌로 보지 않는다.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의 방향과 책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제기’였다고 생각한다. 당과 국가에 대한 두 분의 충정이 담긴 행동이었다. 정치 조직은 때로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점검하고 바로 세우기도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의 선택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전국정당으로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변화하고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서울과 충남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당 쇄신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도만으로 정당이 바뀌지 않는다. 정당 정치의 가치와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서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위기는 국민적 신뢰의 위기가 원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를 비롯해 그동안의 정치 과정에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린 부분이 있는데 제대로 속죄한 적이 없다. 형식적인 사과조차 부족했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국민과 역사 앞에 솔직하게 서는 것이 쇄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당의 가치와 방향을 분명히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당은 선거 조직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 공동체다. 마지막으로, 당내의 낡은 정치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당 쇄신의 발목을 잡는 낡은 정치의 DNA를 바꿔야 한다. 이익집단 정치의 DNA, 권위주의적 정치의 DNA, 상대를 배제하는 뺄셈 정치의 DNA가 그것이다. 이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제도적 쇄신도 결국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만 국민께서 다시 기대를 걸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당의 중진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나갈 계획인가. “당의 현실을 직시하고 필요한 쓴소리를 계속 할 것이다. 당을 향한 쓴소리는 내부 총질이 아니라 당을 살리기 위한 충정이고 거름이다. 당에서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쇄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전국정당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수도권에서 다섯 번 국회의원을 지내다 보니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경쟁력 있는 정치 인재들을 발굴하고 정치 참여의 문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정치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국민의 삶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정치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야당 중진으로서 당을 바로 세우고 정치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
- 유권자가 당을 다시 신뢰해야 할 이유는. “정당은 완벽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대하는 태도다. 메시지는 맞다.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메시지는 맞는데, 메신저인 우리들한테 문제가 있는 거다. 비상계엄·내란·탄핵, 이 프레임의 늪에서 아직 못 빠져나오고 있다.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려는 정당이라면 국민께서 다시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국민이 용서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