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도체일까요, 부도체일까요? "물 묻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지면 감전되니까 당연히 도체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수증기로만 만든 증류수에는 전기가 안 통하거든요.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죠. 냇물, 강물, 바닷물과 수돗물에는 많은 불순물이 섞여 있어요. 이 불순물에는 '이온'이라는 물질이 잔뜩 들어 있는데, 이 이온들이 물속에서 전자가 움직이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증류수는 불순물이 없으니 이온도 존재하지 않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거랍니다.

[어린이조선일보] [과학계의 核<핵>인싸, 반도체] 불순물을 넣으면 반도체가 도체로 변한다고?

반도체도 물과 비슷해요. 순수한 반도체는 '실리콘(Silicon)'이라는 물질로만 이뤄져 있어요.

원소 기호가 'Si'인 실리콘

에는 자유 전자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사실상 부도체입니다. 하지만

실리콘에 특정 불순물을 넣으면 전기가 통하는 도체로 변신

해요. 그럼 불순물을 넣기 전에 실리콘에 대해 알아볼까요?

[어린이조선일보] [과학계의 核<핵>인싸, 반도체] 불순물을 넣으면 반도체가 도체로 변한다고?

실리콘 원자는 14개의 전자를 갖고 있어요. 실리콘 전자들은 3개의 궤도에 흩어져서 돌아요. 원자핵에서 가장 가까운 1번 궤도는 전자 2개, 2번 궤도는 8개, 마지막 3번 궤도는 4개의 전자가 각각 자리 잡고 있어요. 대략 이런 모습이에요. 이 중에서 3번 궤도에 포진한 전자 4개가 중요해요.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라고 해서 이것들을 최외각(最外殼) 전자라고 불러요. 이 최외각 전자 넷은 이웃하는 또 다른 실리콘 최외각 전자 넷과 결합하고 있어요.

이 실리콘에 '인'이라는 원소를 넣어 볼까요? 원소 기호로 'P'라고 표현하는 인은 비료에 들어가는 물질인데 최외각 전자 5개를 갖고 있어요. 인이 들어오면 실리콘은 결합을 시도해요.

[어린이조선일보] [과학계의 核<핵>인싸, 반도체] 불순물을 넣으면 반도체가 도체로 변한다고?

"너는 최외각 전자가 5개네? 우린 4개인데. 이러면 결합할 수가 없어." "그럼 하나를 버릴게."

인은 미련 없이 남는 전자 하나를 버려요. 이 전자가 자유 전자가 돼서 실리콘이 도체로 변하는 거예요.

● 산업의 쌀, 반도체
김성호 글|이경국 그림|미래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