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마음으로 듣는 '문학과 꽃' 이야기] '노란 동백꽃'속에서 알싸한 향기를 느낀 이유](https://www.chosun.com/resizer/v2/AMBVHJRJQRE3HXI4DPBMS6ODGQ.jpg?auth=4421dc2224d1db43bedc2083b223f96f7e7d314ba3e29b8eaf54ce1aadeb4d9b&width=616)
김유정(1908~1937)은 1930년대 한국소설에서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동백꽃'의 눈치 없는 총각, '봄봄'의 데릴사위와 같이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과 토속적인 속어와 비어 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 김유정 소설의 특징이다. '동백꽃'은 김유정이 죽기 1년 전인 1936년 잡지 '조광(朝光)'에 발표한 작품이다. 마름과 소작인으로 다른 계층에 속하는 사춘기 남녀가 '노란 동백꽃' 피는 농촌을 배경으로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다뤘다. 그런데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을 읽다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노란 동백꽃'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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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 늘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렸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작가는 왜 붉은 것이 대부분인 동백꽃을 '노란 동백꽃'으로 표현했을까. 김유정이 잘못 묘사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고향인 강원도에 노란색 동백꽃이 실제로 있는 것일까. 답은 둘 다 아니다.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강원도에서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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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강원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생강나무를 '동백나무' 또는 '동박나무'로 불렀다고 한다. 강원도 춘천 사람인 김유정은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꽃이 필 때면 특유의 향기가 퍼지기 때문에 우리는 근처에 생강나무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소설에 나오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도 바로 생강 냄새를 가리키는 것이다. 생강이 아주 귀하던 시절에는 이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쓰기도 했다. 생강나무는 동물 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잎이 샛노란 빛깔로 물들어 붉게 물든 가을 산에 포인트를 준다.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늦가을엔 다시 검은색으로 변하는 등 색깔이 변한다. 까맣게 익은 열매와 노랗게 물든 잎이 어울려 보기 좋다.
●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지음ㅣ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