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은 일찍이 서양에서 볼 수 없었던 동양 특유의 칠로서, 팔만대장경을 약 800년 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한 밑거름이 됐어요. 또한 우리 조상은 옻의 독성을 잘 다스려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물건에 칠하거나 약재로 쓰였던 옻에는 어떤 과학적인 요소가 들어 있을까요?

옻이란 옻나무에서 나는 진을 말해요. 옻나무는 세계적으로 600여 종이 있으나 이 중에서 옻을 채취할 수 있는 종류는 겨우 몇 가지에 불과하며, 대부분 동양에서 자라고 있어요. 특히 옻나무는 우리나라 기후에서 잘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여섯 종류가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답니다.

옻을 채취한 나무예요. 한 나무당 채취할 수 있는 옻은 200g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옻나무에 살갗이 닿으면 옻독이 올라 부어오르고 가려움증으로 고생할 수가 있어요. 특히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옻나무 이파리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옻독이 오를 수 있죠. 그렇다면 옻나무에서 뽑아낸 옻을 칠한 물건은 어떨까요? 옻의 주성분인 옻산은 사람 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지만, 한 번 건조되면 다시 물에 적셔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아요. 따라서 옻칠을 한 가구를 만지거나, 옻칠을 한 그릇이나 수저를 사용해도 옻독이 오를 걱정은 없어요. 우리 조상은 이러한 옻의 특성을 잘 알고 생활 곳곳에 이용했던 거예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옻

옛날에는 생활용품이나 무기, 농기구 등을 만들 때 나무를 많이 이용했는데 나무는 갈라지거나 썩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할 방법이 필요했어요. 이에 조상은 나무에 옻칠해 잘 갈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나무 용품을 만들었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밥상은 대부분 옻칠을 해서 사용했어요. 또한 경기도 안성과 전라북도 남원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한 나무 그릇인 목기는 오리나무에 옻칠한 거예요. 옻칠을 한 목기는 뜨거운 열, 물기, 소금기, 식초, 충격 등에 강하기 때문에 그릇에 상처가 잘 나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거든요. 특히, 세계 최고로 꼽히는 나전칠은 옻칠한 물건에 자개를 박아 장식하는 칠공예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유산이에요.

또한 조상은 도료(물건에 칠해 물건을 썩지 않게 하거나 아름답게 하는 재료)가 필요한 가죽, 종이, 삼베·모시·명주 등과 같은 천, 금속, 도기 등에도 옻칠했어요. 그리고 옻칠을 한 물건의 재료에 따라 종이에 칠하면 지승칠기, 도기에 칠하면 도태칠기, 금속에 칠하면 금태칠기라고 불렀지요.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칠기의 종류가 있답니다.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옻

지금부터는 옻이 다른 도료들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알아볼게요. 나무에 니스, 유성 페인트, 수성 페인트, 캐슈, 옻 등 여러 종류의 도료를 고르게 칠한 후 열을 가해 어떤 도료가 불에 더 잘 견디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어요. 그 결과, 니스는 100℃, 유성 페인트는 150℃, 수성 페인트는 190℃, 캐슈는 250℃, 옻은 400℃ 정도에서 도료의 상태가 변했답니다. 옻이 다른 도료보다 열에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옻칠의 우수성은 앞서 말했듯이 팔만대장경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팔만대장경이 80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는 옻칠도 한몫을 단단히 했어요. 팔만대장경 표면에 진한 먹을 바르고 그 위에 나무가 썩지 않게 두세 차례 옻칠해 목판의 손상을 막았거든요.

옻칠은 우리 민족의 과학성과 실용성이 담긴 훌륭한 도료예요. 더불어 이러한 옻의 특성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