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도와 전라도에 넓게 드러난 백악기 지층에서는 수많은 공룡 발자국·공룡 알뿐만 아니라 공룡 화석도 발견됩니다(2008년 11월 11일 자 2면). 퇴적 암석들을 연구한 결과, 이 지역은 당시에 강물에 의해 운반된 자갈·모래·진흙 등이 넘쳐 평평하게 쌓인 충적평야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상도 내륙지방에 비해 남해안 지역에는 고운 퇴적물이 잔잔한 물속에서 퇴적된 이암이나 셰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층에서는 육지에 살았던 동·식물의 화석만이 발견되었어요. 결국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은 백악기에는 거대한 호수의 일부였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오늘은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 반용리에 있는 가화천변으로 소풍을 가볼까요?

(사진1) 반용리 가화천변의 진주층. 사진 왼편 아래쪽의 사암 사이에 낀 검은 셰일층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된다. / (사진2) 셰일에서 발견된 모기화석

이곳에는 백악기 지층 중 진주층(경남 진주市의 이름을 따 붙여진 퇴적암층)이 잘 드러나 있는데, 그 안에는 잔잔한 호수에서 곱게 쌓인 검은 셰일층이 많습니다. 이 셰일층에서는 흥미롭게도 약 1억 2000만 년 전에 살았던 수많은 곤충과 나뭇잎, 물고기, 조개 등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잠자리나 모기의 날개와 다리까지 모두 보존되었을 정도로 아주 섬세한 화석들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잘 보존된 거미화석이 반용리 근처 구호리에서 발견되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지요(소년조선일보 1월 21일 자 1면). 이 화석 역시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게 백악기 지층에는 공룡의 인기에 가려 있는 다양하고 거의 완벽한 화석들이 많이 묻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백악기 '라거슈타트'(돋보기 참조)가 발견되지 않을까요?

반용리의 가화천은 바다에 인접한 강 하류이기 때문에 밀물·썰물에 따라 수위가 변해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화석뿐만 아니라 현재 이곳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조개·게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자연학습장입니다.

사천시 옆에 있는 경남 고성군에는 공룡발자국 화석과 공룡박물관으로 유명해진 상족암 군립공원이 있어서 관광과 학습을 겸한 여행을 하기에 좋습니다.

◆ 라거슈타트(Lagerstätte)

라거슈타트란 매우 많은 화석이 한곳에 모여 있거나 화석이 완벽하게 보존된 퇴적물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딱딱한 골격이 있는 생물이 화석으로 남기 쉽다. 그러나 생물이 아주 고운 진흙에 갑작스럽게 묻히고 미생물에 의해 금방 썩지 않는 상황이라면, 말랑말랑한 내장기관도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중국의 쳉지앙, 캐나다의 버제스 셰일은 캄브리아기, 독일의 졸렌호펜은 쥐라기의 대표적인 라거슈타트이다. 이들은 당시 물속의 생태계를 사진으로 찍은 듯 보존하고 있어 생명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