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나볼 작곡가는 19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1811~1886년·헝가리)입니다.
리스트의 아버지는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할 줄 아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리스트가 6세 되던 해, 아버지는 프란츠가 음악에 소질이 있는 걸 눈치 챘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죠.
열 살이 되자 리스트는 여느 피아니스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공개 독주회를 엽니다. 독주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열 살밖에 안 된 소년의 천재적인 재능에 모두 감탄했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귀족과 시민을 중심으로 이뤄진 후원회는 유학 자금을 마련, 리스트를 국제적인 음악의 도시 빈으로 보냅니다. 리스트는 그곳에서 당시 최고 음악가이자 선생님이었던 체르니와 살리에리에게 작곡을 배웠습니다. 22세가 되던 해 리스트는 가족과 함께 빈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갑니다.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과 함께 19세기 중반 프랑스 사교계를 주름잡은 두 명의 동유럽 출신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쇼팽은 폴란드에서, 리스트는 헝가리에서 귀족적 문화의 선진국 프랑스로 건너와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꽃피우게 한 주인공이 되었죠. 여성적인 쇼팽과 남성적인 리스트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는데, 특히 리스트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늘 사랑받고 사랑을 주었던 리스트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유럽 콘서트 무대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과시하며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그때 연주했던 곡들 가운데 특히 청중의 사랑을 많이 받은 곡이 있습니다. 원래 테너나 소프라노 독창을 위한 3개의 가곡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해서 '사랑의 꿈'을 발표한 것입니다. 1번과 2번은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3번은 선율이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죠. 특히 선율이 유명한 3번은 독일 시인 프라일리그라트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입니다.
원래 가사는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로 시작합니다. '언젠가 무덤 앞에 서서 슬퍼할 시간이 올 것이기 때문에'라는 것이죠. '사랑의 달인'인 리스트는 현재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이 곡을 통해 들려줍니다. 곡은 처음에는 조용히 감미롭게 흐르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같은 멜로디가 반복될수록 점차 격해집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듯 감정에 충만한 연주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듣기엔 편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테크닉도 어려워져요. 그래서 이 곡은 피아노로 연주할 땐 사랑을 노래하는 '무언가', 즉 가사가 없는 가곡이 되는 거죠. 자, 그럼 이 멋진 피아노로 연주하는 사랑의 노래를 들어볼까요? 사랑의 꿈을 꾸면서 말이에요.
리스트의 ‘사랑의 꿈’은 워낙 피아니스트들이 좋아하는 곡이라 훌륭한 음반이 많습니다. ‘리스트의 재래(再來)’라고 불린 헝가리 피아니스트 죄르지 치프라의 연주는 매우 서정적이면서 꿈꾸는 듯합니다. 요즘 피아니스트 중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아이돌 스타인 중국 출신의 랑랑의 연주도 뛰어난 기교와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음색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피아니스트 백혜선도 이 곡을 매우 아름답고 정서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