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리릭~.

“뭐가 지나갔지?” “악~ 바퀴다.”

바퀴벌레를 발견한 어머니는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를 지르고, 아버지는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구석구석을 찾고 있다. 하지만 요리조리 피하는 바퀴벌레는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바퀴벌레는 1초에 1m를 달리는 날쌘돌이다. 바퀴벌레의 정식 명칭은 ‘바퀴’이지만, 징그럽고 혐오스런 곤충이어서 일반적으로 ‘벌레’를 붙여 부른다.

바퀴벌레가 도망의 명수로 불리게 된 건 ‘속도’뿐 아니다. 탁월한 ‘방향전환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바퀴벌레는 1초에 25번이나 순간적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긴 더듬이로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데 끄떡없다.

장애물 발견 후, 방향 전환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001초 정도. 사람보다 100배 정도는 빠른 셈이다.

“쩝쩝.” 바퀴벌레는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 곤충이다. 음식물과 동물의 사체, 오물, 종이, 가죽, 머리카락, 비누, 치약, 본드, 손톱, 콘크리트, 옥내 배선 등 가리는 게 없는 진짜 ‘식신(食神)’이다.

바퀴벌레는 최고의 적응력도 지녔다. 머리가 잘려서 없는 상태에서도 8일 이상 생존한다. 물만 먹어도 20일을 버티고, 냉동실에서 3일간은 살아남는다. 약충(애벌레) 시절에 다리가 부러지면 불가사리나 플라나리아처럼 다리가 재생된다. 원자폭탄이 떨어져 방사능 오염이 된 상황에서도 사람보다 1000배나 더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생존력이 강한 바퀴벌레는 우주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2007년 9월 실시된 우주실험에서 바퀴벌레는 누에, 달팽이, 물고기, 박테리아 등과 함께 무인캡슐에 실려 우주로 보내졌다. 그 결과 우주에서 중력의 변화와 같은 최악의 상황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은 죽었다. 하지만 바퀴는 살아남았고, 임신까지 했다. 이 때 낳은 33마리의 새끼들은 현재 보로네슈에 있는 한 연구소에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임신한 바퀴벌레를 연구해 사람들이 우주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번식력도 매우 강하다. 바퀴벌레 1쌍은 1년 동안 1억 개의 알을 낳는다. 바퀴 암컷은 평소에 알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곧바로 떨어뜨려서 새끼들을 살아남게 한다.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에 태어난 바퀴벌레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지구상 최고의 생존능력을 가진 바퀴벌레는 오늘도 지구가 모두 자신만의 세상인 양 뽐내며 활보하고 있다.

◆대접받던 곤충에서 해충이 된 바퀴벌레

바퀴벌레도 예전에는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시절이 있었다. 열대성 곤충인 바퀴벌레가 ‘온도가 따뜻한’ 부잣집에 많이 서식해 사람들은 ‘우리 집에도 바퀴가 살았으면…’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활이 풍요로워진 요즘, 바퀴벌레는 병균을 옮기는 지저분한 위생해충 신세로 전락했다.

바퀴벌레는 전 세계 40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엔 7종이 있다. 대개 집에는 바퀴, 집바퀴, 먹바퀴, 이질바퀴가, 산에는 산바퀴, 줄바퀴, 경도바퀴가 살고 있다.

◆바퀴벌레 퇴치법

바퀴벌레 자체는 더럽지 않지만, 더러운 곳을 돌아다니며 병균을 묻히기 때문에 해충이 되었다.

바퀴벌레를 퇴치하려면, 독이 되는 물질을 먹이거나 살충제를 뿌리면 된다. 소독도 필요하다. 끈끈이 트랩으로 바퀴벌레를 포획하는 방법도 좋다. 음식물이 있어서 살충제를 뿌리기 곤란할 때는 감자가루와 붕산을 섞어 반죽해 여기저기 놔두면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또 고춧가루나 삶은 은행껍질을 놔두거나 겨자가루나 마늘가루를 뿌려도 쫓아내는 데 효과가 있다.


/ 한영식(곤충연구가)
  소년조선일보·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