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성이 서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장치가 쥐여 있지 않은데요. 그러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눈을 지긋이 감더니, 멀쩡히 서 있던 자동차를 움직였습니다. 거대한 전투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기까지 했죠.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종한 겁니다.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 한 장면이 현실로 찾아왔어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기술' 덕분인데요. 현재 개발 중인 BCI 기술이 완성될 경우 영화 '염력'에서 신석헌이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게 한 초능력을 쉽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BCI가 뭐기에, 상상 속 일이 현실에서 가능해진 걸까요?
BCI는 사람의 뇌에 칩을 심어 뇌를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기술입니다. 우리 뇌에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요.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을 할 때 작은 전기 자극이 생성돼 신경세포로 전달됩니다. 이때 BCI 칩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 미세한 전극을 컴퓨터로 보내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내 생각만으로 컴퓨터 같은 사물을 조작할 수 있죠.
BCI는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유용한 기술이 될 겁니다. 예컨대 말을 못 하는 사람이 굳이 수화(手話·손을 활용한 의사소통)를 배우지 않아도, 머리 속에 칩을 연결시켜 생각을 텔레파시로 전하면 되니까요.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차를 조작하거나, 어쩌면 생각한 대로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을 쓸 수 있을 거고요.
BCI 기술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미국에서 지난 3월 전신 마비 환자 뇌에 칩을 심어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는 실험에 성공했지만, BCI 칩 이식엔 뇌 수술이 필요한 탓에 뇌 손상 위험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자칫 해커에 의해 뇌 전체를 해킹 당할 수도 있죠. 그래서 2022년 호주의 스타트업 싱크론은 두뇌가 아닌, 목 정맥 부위에 칩을 이식해 뇌 신호를 혈관으로 보낼 수 있게 했고요. 같은 해 중국은 아예 모자처럼 탈부착이 가능한 헤드셋형 BCI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점이 전쟁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로 예를 들어보죠. 부작용이 없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조종사 한 사람이 여러 대의 전투기를 조작하며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겠죠. 아직 뇌 신호를 읽는 정확도가 떨어질 뿐더러, 신체의 일부에만 기술을 적용하는 탓에 BCI 기술이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시켜 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기술. 누워 있는 상태에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손을 대지 않고도 악기를 연주하는 등 생각만으로 사물을 조작할 수 있다. 기술적 한계로 뇌 손상 등 부작용 우려가 높은 탓에 미국·중국 등 해외에선 뇌 대신 목에 칩을 이식하거나, 모자 형태로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