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非)메모리 반도체와 관련 있는 회사 중 두 번째는
(Fabless)예요. 공장을 뜻하는 팹(Fab)과 접미사 리스(-less)를 합한 단어예요.
란 뜻이죠. 언뜻 '칩리스'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답니다.
칩리스는 설계도만 만들어 팔 뿐, 자신들의 회사 이름으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는 않아요. 칩리스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설계도를 돈 받고 파는 것뿐이에요. 팹리스는 칩을 생산해서 판매까지 하는 엄연한 반도체 회사예요. 설계 능력도 있어요. 단지 칩을 제조할 공장이 없을 뿐이죠. 팹리스는 설계도를 완성하면 칩을 만들어주는 공장으로 설계도를 가져가요.
"이 설계도대로 만들어주세요. 알았죠?"
"문제없습니다."
공장이 반도체 칩을 완성해서 넘겨주면 팹리스는 시장에 가져가서 판매해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는 미국의 퀄컴과 엔비디아, AMD가 있어요.
세 번째는
(Foundry)예요. 파운드리는
입니다. 원래 파운드리는 쇳물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주조 공장이란 뜻인데, 지금은 주문대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을 가리키는 단어로 더 유명해요. 설계 능력은 없고 공장만 있는 회사, 이것을 위탁 생산이라 불러요. 일종의 반도체 하청(下請) 공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파운드리 회사는 대만 기업 TSMC예요. 오랫동안 이 회사의 이름은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었어요. 삼성이나 인텔처럼 자사(自社)의 브랜드로 칩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남의 칩을 생산해 주는 곳이었으니까요. TSMC는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 있는 알짜 기업이에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AP를 독점 생산하는 것은 물론 고객 명단에는 구글,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쟁쟁한 기업들로 채워져 있어요. 2020년 8월, TSMC는 삼성전자를 누르고 반도체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時價總額) 1위에 등극했죠. 반도체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미세 공정에서도 TSMC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TSMC는 현존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예요.
● 산업의 쌀, 반도체
김성호 글|이경국 그림|미래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