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속담과 함께하는 생물 세상] 백성들의 식량 보리… 많이 먹으면 방귀 '뿡뿡'](https://www.chosun.com/resizer/v2/PCBD5V576XUEVXWHBRQDK76H2M.jpg?auth=e51bcac71909440cb590b4482206af0273e8e3e7ad32027905453e2be6c92e2d&width=616)
옛날엔 집안이 매우 가난해 봄이면 보리밥은 물론 보리죽도 배불리 먹지 못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았고, 초근목피(풀뿌리와 나무껍질)로 겨우 생명을 유지했다. 기껏 잔디 뿌리에다 띠(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의 꽃이삭인 삘기, 찔레 순,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들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보리가 누렇게 익기를 기다리면서 "태산보다 높다"는 보릿고개를 안 죽고 넘겨야 했다. 보릿고개란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춘궁기(春窮期)를 이른다.
보리는 볏과(科) 식물로 줄기는 속이 비어 둥그스름하다. 속 빈 보릿대 하나를 쑥 뽑아 손톱으로 적당히 비틀어 토막 내고, 한쪽 끝을 앞니로 꾹꾹 눌러 얇게 피리 입술을 만들어서 입에 물고 '보리피리'를 불기도 했다. 보리는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로 대맥(大麥)이라 한다. 세계적으로 30여 품종이 있고, 암술 하나에 수술 셋이 한 꽃에 든 양성화다. 보리 줄기는 곧고 키는 1m가 넘으며, 보리 잎은 서로 어긋나게 줄기에 붙고 잎맥이 나란한 외떡잎식물이다.
또한 보리는 엿기름을 만드는 원료다. 보리에 물을 부어 보리알 길이만큼 싹을 틔운 다음 바싹 말린다. 싹이 트면서 녹말을 엿당으로 전환시키는 탄수화물 분해 효소가 많이 생겨나 엿이나 식혜를 만드는 데 넣는다. 보리쌀로만 지은 꽁보리밥은 근기가 없을뿐더러 섬유소가 많아 방귀만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보리는 쓰임새가 말할 수 없이 많다. 밥·죽·떡·된장·보리차·빵은 물론, 보리 속껍질을 발효시켜 춘장 닮은 개떡장을 만든다. 보리 속껍질이나 싸라기로 납작납작한 반죽을 짓고 밥 위에 얹어 찐 것이 개떡이다. 그래서 매우 못생기거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보잘것없을 때 "개떡 같다"고 한다.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
한 해 동안 농사지은 식량으로 다음 해 보리가 날 때까지 견디기가 매우 힘듦을 빗대어 이르는 말.
보리 안 패는 3월 없고 나락(벼) 안 패는 6월 없다
철이 되면 다 보리와 벼 이삭이 돋듯이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빗대어이르는 말.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3: 식물 편
권오길 글|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