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모든 특성 결정짓는 유전정보 담겨
여러 국가·기업, 해독 위해 끝없는 노력

바이오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전물질'이라고 불리는 'DNA'에 대해 알아야 해요. DNA는 얼굴형이 사각형인지 계란형인지, 머리카락은 검은색인지 노란색인지, 심지어는 키는 큰지 작은지까지 결정해요. 이 정보는 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부모님으로부터 나에게 유전돼 내려오기 때문에 '유전정보'라고 불러요. DNA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저장소'인 셈이죠.
DNA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스위스 의사 프리드리히 미셰르(1844~1895)입니다. 백혈병을 연구하다가 DNA를 발견했죠. 하지만 본인은 그것이 유전정보를 담은 DNA인지 몰랐다고 해요. 1953년 과학계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어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라는 과학자 두 명이 DNA의 구조를 밝혀낸 거예요. DNA는 '이중나선'(double-helix) 구조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중나선은 2개의 나선형 사슬이 연결된 구조라고 생각하면 돼요. 2개의 사슬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DNA가 자손에게 유전되는지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 현대 생물학과 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죠.
DNA를 구성하는 2개의 사슬은 무엇일까요? 각각의 사슬은 '뉴클레오티드'라는 물질이 한 줄로 길게 연결된 형태예요. 뉴클레오티드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4가지 염기 물질로 구성돼 있어요. 컴퓨터 언어는 0과 1, 두 숫자로 표현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정보는 A, T, G, C 4개의 문자로 모두 표현할 수 있어요. 고작 4개의 문자가 우리 몸의 모든 특성을 결정한다니, 놀라운 인체의 신비죠?
염색체는 가는 DNA 사슬이 다른 단백질과 똘똘 뭉쳐 있는 상태를 의미해요. 정상적인 사람의 몸에는 23쌍, 즉 46개의 염색체가 있어요. 46개가 아닌 개수의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면 이를 염색체 이상이라고 해요. 질병도 나타날 수 있어요. 염색체 개수는 정상이더라도 염색체의 DNA에 이상이 있으면 질병이 발생할 수 있죠. 이처럼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유전병'이라고 해요.
'게놈 프로젝트'는 무엇일까요? 앞서 DNA는 A, T, G, C 4개의 문자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죠? 인간의 23쌍 염색체에는 무려 64억 개의 문자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그 문자들의 서열을 알아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어요. 즉 64억 개의 A, T, G, C로 쓰인 DNA는 암호와도 같았죠.
사람들이 바이오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만일 DNA의 특정 부분이 어떤 특성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렇듯 '유전병을 치료하겠다'는 인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를 알아내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이 프로젝트가 바로 게놈 프로젝트예요. 유전자를 뜻하는 '진'(Gene)과 염색체를 뜻하는 '크로모솜'(Chromosome)을 합쳐서 '게놈'(Genome)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1990년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 그리고 중국의 과학자들이 게놈 프로젝트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어요. 이후 8국이 더 힘을 보태 2003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을 완성했죠. 유전자 지도는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염색체의 특정한 위치의 유전자가 어떤 특성을 보여주는지 나타내는 지도예요. 예를 들어 n번째 염색체 a~b 부분에 있는 유전자는 피부색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어요.
게놈 프로젝트 결과 인간의 유전자는 약 2만 5000개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유전자를 해독하지는 못했어요. 지금도 유전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기업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발표된 유전자 지도 덕분에 질병 진단과 암·에이즈 같은 난치병 예방, 신약 개발,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어요.
● 강건욱 '바이오가 궁금해?' 저자
- 보스턴대학교 생물학 학사
- 연세대학교 약학대학원 석사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