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우량계 (上)

서울에 있는 기상청에는 '측우기'라는 물건이 있어요. 측우기는 우리나라의 전통 기상 관측기구로, 비록 모양은 단순하지만 세계 최초의 우량계랍니다. 우량계는 강수량 측정에 사용하는 관측기를 말해요. 지금부터 측우기를 비롯해 수표, 풍기죽 등 우리 조상의 과학 정신이 만들어 낸 기상 관측기구의 원리를 하나씩 배워 볼까요?

예나 지금이나 농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날씨예요.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그해 농사는 망치기 일쑤거든요. 따라서 날씨의 예측은 한 해의 농사를 결정짓는 데 대단히 중요하답니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해마다 심한 가뭄이 들어 나라에서 농사철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각 지방 관청에 지시해 빗물이 땅속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조사하고 상부에 보고하도록 했죠. 이처럼 측우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비가 내린 양(강우량)을 측정할 때 비가 온 뒤에 땅을 파서 물이 스며든 깊이를 쟀답니다. 주로 봄에서 초여름까지 농사철에 이런 방법으로 측정했지요.

그러나 땅이 마른 정도와 땅의 높고 낮음에 따라 빗물이 스며드는 깊이에 차이가 생겨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발명된 것이 바로 측우기예요. 우리나라는 1442년 5월부터 측우기로 강우량을 측정했어요.

처음에 만들어진 측우기 형태는 안쪽 지름 17㎝, 높이 42.5㎝ 정도의 철제 원통이었어요. 빗물이 쌓이면 그 깊이를 자로 측정하게 돼 있었죠. 측우기 밑에 있는 사각기둥 모양의 측우대는 측우기를 안정적으로 받쳐 주고, 바닥으로부터 빗물이 튀어들어 가지 않게 하는 기능을 갖췄어요.

측우기로 비가 온 양을 정확히 잴 수 있게 되자 한 달 또는 일 년 동안의 자료를 집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작년과 올해의 자료를 비교해 앞으로 비가 내릴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어, 농민들은 큰 걱정을 덜게 됐지요.

측우기는 오늘날의 기상청과 같은 기관인 관상감과 각 도의 감영(오늘날의 도청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관청), 군 단위에까지 설치됐어요. 비가 그치면 측우기 안에 고인 빗물의 깊이를 측정해서 보고하도록 했지요. 이렇게 전국적인 강우량 관측망을 만들었으니, 현대적인 기상 관측의 개념이 이 당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지요.

또한 비가 오면 비의 총량뿐 아니라, 시간당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해요. 한꺼번에 쏟아지는 집중호우와 조금씩 내리는 비는 전체 양은 같더라도 그 피해가 다르기 때문이죠.

조선시대에는 비가 내리는 정도에 따라 미우, 세우, 소우, 하우, 쇄우, 취우, 대우, 폭우 8단계로 구분해서 관측하고 기록했다는군요. 오늘날 기상청에서 시간당 몇 ㎜의 비가 내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분류한 거예요. 강우량 기록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다니 참 놀라운 일이죠?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우량계 (上)


[생각 발전소]

활동① 측우기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세요. 이름, 태어난 연도, 특징 등을 자세히 담으면 더욱 좋겠죠?

< 자 기 소 개 서 >


활동② 비의 양을 측정할 때 도움될 만한 나만의 기구를 만들어볼까요? 아래 공간에 기구의 설계도를 그리고,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설명해보세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봅시다!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