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우리나라 최초의 천문 역법서가 무엇인지 아나요? 그것은 바로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칠정산'이에요. 이 책은 집현전 학자들이 세종 14년(1432년)부터 여러 자료를 모아 정리하기 시작해서 10년 만에 완성했답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뛰어난 천문학 지식이 담긴 칠정산은 과연 무엇을 담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요?

일단 '역법'에 대해 살펴볼게요. 역법은 천체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같은 현상을 되풀이하는 모습에 따라 시간을 나누고, 날짜의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에요. 역법에서는 밤과 낮이 바뀌는 현상, 계절의 변화, 달의 위치와 모양 변화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죠.

일식과 월식 때의 태양, 지구, 달의 위치예요. 일식은 태양이 달에 가려 보이지 않는 현상이고,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현상이에요. 이때 태양이나 달이 전부 보이지 않으면 ‘개기일식’이나 ‘개기월식’이며 일부만 보이지 않으면 ‘부분일식’이나 ‘부분월식’이라고 표현해요.

천문 역법서란 우주(천체)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법칙으로부터 시간을 나누어 구분하고 날짜의 순서를 매기는 방법을 기록한 책이에요. 칠정산을 만들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의 역법서를 기준으로 날짜를 정했기 때문에 우리의 실제 사정에 잘 맞지 않았어요. 중국의 역법은 중국의 위치에서 계산한 것이고, 거기에도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세종대왕은 나라가 위치한 곳이 다르므로 역법도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려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천문 계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그 결과 세종대왕은 그때까지 사용된 중국의 모든 천문학 이론을 정리하고 개선해 우리에게 맞는 천문 역법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어요.

세종대왕은 먼저 고려 시대부터 왕립 천문기상대 역할을 하던 서운관의 이름을 관상감으로 바꿨죠. 그리고 경복궁 경회루 북쪽에 간의대를 세운 후 간의, 혼천의, 규표 등과 같은 천문 관측기구를 설치해 별자리를 비롯한 일출과 일몰, 일식과 월식, 혜성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도록 했어요. 당시 천문학의 대표 학문은 역법이었는데, 역법의 정확성은 일식과 월식의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검증받았습니다. 일식 날에는 임금도 직접 밖으로 나와서 함께 관찰했고, 일식 시간이 잘못 계산된 경우에는 관측 관리가 큰 벌을 받았다고 해요.

세종 14년인 1432년에는 문과 급제생을 비롯한 많은 집현전 학자들이 천문학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 후 10년 만인 1442년에 마침내 천문 역법서 칠정산 내편을 완성하고 2년 후인 1444년에 칠정산 외편이 완성돼 조선 시대 천문 역법의 연구는 최고의 위치에 올랐답니다. 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은 칠정산은 우리나라 역법서의 기본이 됐어요.

그리고 이 역법을 통해 일식과 월식을 포함한 천체의 운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날짜와 계절의 변화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 거예요. 참고로 칠정산의 '칠정'은 해(日), 달(月), 화(火)성, 수(水)성, 목(木)성, 금(金)성, 토(土)성을 아우르는 것으로, 오늘날의 일곱 요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생각 발전소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천문 역법서 '칠정산'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천문 역법서 '칠정산'

간의 고도와 방위, 밤과 낮의 시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조선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천문 관측기구예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천문 역법서 '칠정산'

혼천의 태양과 달을 비롯해 지구 주변의 행성(일월오행성)들의 위치를 측정하는 데 쓰인 천체 관측기구로 세종 15년에 정초, 박연, 김진 등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천문 역법서 '칠정산'

규표 일 년의 길이가 정확히 몇 날인가와 24절기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세종 19년에 제작됐답니다.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