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거야.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지.
모든 사람이 자기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 세우는 걸 반대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야.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지 않는 거지.
그런데 쓰레기 소각장을 세우지 않으면 주변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해질 거야. 그러니까 쓰레기 소각장은 꼭 필요하고, 어딘가에는 세워야 해.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
쓰레기를 줄여 소각장을 최소한만 만드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안타깝게도 당장 쓰레기를 줄이기는 어려워.
쓰레기소각장이나 분뇨처리장처럼 모두에게 필요한 시설인 줄은 알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설치하는 것은 반대하는 현상을 '님비 현상'이라고 해.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yard'의 약자야. 해석하면 '내 뒷마당은 안 돼'라는 뜻이지.
님비라는 말은 1987년 3월 미국 뉴욕 근교 아이슬립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났어. 미국 정부는 아이슬립에서 배출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배에 싣고, 미국 남부 6개 주부터 멕시코, 중남미 연안까지 6개월 동안 1만㎞를 항해했어. 그렇지만 쓰레기를 처리할 장소를 찾지 못하고 되돌아왔어. 이때 님비라는 말이 생겨났어. 님비 현상은 지역 이기주의를 말할 때 많이 사용해.
사람들이 꺼리는 시설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장애인 시설, 하수 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화장터, 핵폐기물 처리장 등이 여기에 포함되지. 물론, 이런 시설물이 동네에 생기면 불편한 점이 있을 거야. 하지만 모두 싫어해도 어딘가 세워야 하는 시설들이야. 조금 불편해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님비 현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
세상을 보는 눈
님비 현상과 반대 현상은 핌피 현상이야. ‘핌피(PIMFY)’는 ‘Please in my front yard’의 약자야. 그대로 해석하면 ‘제발 내 앞마당에’로, 자신의 동네에 시설물을 설치해 달라는 의미야. 사람들이 선호하는 시설물은 도서관, 정부 청사, 철도, 공항 등이야. 이런 핌피 현상도 님비 현상과 마찬가지로 지역 사회의 이기주의를 보여 주는 말이야. 님비 현상이나 핌피 현상은 모두 해결하기 쉽지 않아.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지역 간에 마찰이 생기기 때문이지.
복작복작 세상을 바꾸는 법칙 (박동석 글·송진욱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