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강력한 회오리바람인 '용오름'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기상청은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께 경기도 일산 고양시 일대에서 용오름 현상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비닐하우스 20여곳이 파손되는 등 농가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용오름은 지름이 수백m까지 이르는 강한 회오리바람입니다. 상하층의 대기 온도 차가 심할 경우 일어나는 현상이죠. 대기 하층엔 따뜻한 공기가, 상층엔 찬 공기가 머물 때 따뜻한 공기는 상승하고 상층의 찬 공기는 하강하면서 두 공기가 격렬하게 섞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둥 또는 깔때기 모양으로 구름이 형성되고 회오리바람이 불게 되죠. 이러한 용오름의 풍속은 초속 100m이며, 빨려 올라가는 속도는 초속 40~90m에 이릅니다.
최근 발생한 고양시의 용오름 역시 5.5㎞의 대기 상층엔 -15도의 찬 공기가 있었던 반면 지상엔 20~30도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면서 발생했습니다. 지표면과 대기 상층의 온도 차이가 무려 40도 이상이었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대기 하층에는 남서풍을 타고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는데 상층엔 아직 찬 공기가 남아 있어 극단적인 대기 불안정 상태가 된 것입니다.
용오름을 부르는 명칭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육지에서 발생하면 '토네이도', 해상에서 생기면 '워터스파우트'(Waterspout)라고 구분해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발생 지역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용오름이라 부르고 있죠. 용이 하늘로 오르는 모습과 흡사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금껏 기상관측소에서 공식적으로 용오름을 관측한 사례는 2012년 10월 울릉도에서 관측한 용오름 등 7건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시민 또는 언론에 의해 제보된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하네요.
역사서에서도 용오름 현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삼국사기에는 "373년 5월에 경주에서 물고기가 비에 섞여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바다에서 용오름이 발생할 때 물고기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빨려 올라갔다가 나중에 비와 함께 떨어진 경우죠.
박정민 기상청 예보기술분석과 예보관은 "용오름이 발생하기 위해선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지 않는 대평원이나 바다여야 한다. 만약 대기 상태가 균질하지 않으면 지형에 의한 방해로 용오름이 형성되기 어렵다.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용오름은 육지보다 울릉도 부근 등 주로 해상에서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