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류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2만5000종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는 알려진 전체 생물종 수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이 중 알려진 종의 약 50% 이상(약 7만종)이 기생벌류에 속하며, 국내에서는 약 1500여종의 기생벌이 알려졌습니다. 국내외 곤충학자들은 지금까지 밝혀진 기생벌이 전체 기생벌 종수의 약 5~20%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기생벌이 존재할까요? 또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벌류는 일반적으로 식물의 수분(꽃가루받이)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분류군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벌류는 식물을 먹고살거나(잎벌류), 다른 곤충과 무척추동물에 기생하는(기생벌류) 무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기생벌류는 꿀벌, 호박벌 등 화분매개 벌류와 달리 생태적으로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식물을 먹고 사는 다양한 종류의 곤충과 무척추동물의 천적(natural enemy)인 기생벌은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식식성(식물을 먹이로 하는) 생물의 대발생을 억제해 자연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들어 농약의 과다사용에 의해 일어나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기생벌의 생태적 특징을 이용, 농작물이나 과수 해충의 방제 또는 축사의 분뇨에 대발생하는 파리류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잘 알려졌지는 않지만, 기생벌은 자연생태에서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생태계의 먹이그물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동기획 | 소년조선일보 · 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