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에 상영돼 인기를 끈 '에이리언(Alien)'이라는 영화에서는 사람의 입을 통해 외계생물체의 유충이 들어가서 자라다가 배를 뚫고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꼭 공상과학소설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물 간 먹이사슬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기생성 곤충(insect parasitoids)이라고 일컬어지는 종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류로 다른 생물의 몸속이나 표면에 붙어 기생합니다. 특히 '포식 기생자(parasitoid)'라고 불리는 종류는 일반적인 기생성 곤충과는 달리 먹이생물을 죽이는 특이한 한살이 과정(life cycle)을 가집니다. 이 중 '기생벌(parasitic wasps)'은 대표적인 포식 기생자로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시기를 가지는 완전변태 곤충류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생벌은 먹이생물(숙주생물)의 알이나 유충 체내에 자신의 알을 낳습니다. 산란된 알은 유충으로 부화해 먹이생물의 체내에서 생활하며 먹이로부터 영양성분과 산소를 공급받아 성장합니다. 이때 기생벌 유충에게 기생 당한 먹이생물은 거의 정상적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기생벌 유충이 번데기가 될 무렵, 죽임을 당하지요.
많은 사람이 기생벌이 영화와 같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을 벌이지는 않을까 걱정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는 기생벌 종류인 맵시벌을 이용해 살인을 계획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생벌은 특별한 종류의 먹이생물만을 활용할 수 있고 인간이나 척추동물에는 기생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생벌은 특정 곤충류나 절지동물류만을 숙주동물로 이용해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동기획| 소년조선일보·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