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다 한국을 방문하는 반가운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철새들인데요. 이맘때가 되면 우리나라 곳곳의 철새 도래지에는 철새들이 만들어내는 군무(群舞)를 감상하려는 관광객이 넘쳐납니다. 철새 수십 마리가 V자 대형으로 날다가 여러 차례 공중 돌기를 하면서도 대형을 유지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지요. 비록 며칠 전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원인이 겨울 철새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청객이 되긴 했지만요.

최근 철새들이 이동할 때 V자 대형을 이루는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지난 15일 영국 왕립 수의대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팀은 "붉은볼따오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철새들이 V자 대형으로 이동하는 이유를 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V자 비행의 비밀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철새 도래지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V자 대형으로 나는 철새들.

그동안 사람들은 새들이 이동할 때 V자 대형을 유지한 건 시야를 확보하거나 앞서 가는 새의 배설물을 피하려는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였음이 밝혀졌지요.

연구진은 동물원에서 무리 비행 훈련을 받고 있는 어린 붉은볼따오기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새의 몸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달고 소형 비행기를 타고 따라가며 속도, 날갯짓 횟수, 기류 등을 분석했어요. 붉은볼따오기들은 비행하는 동안 V자 대형과 일렬로 줄지어 날기를 반복했습니다. 맨 앞에서 나는 새가 날갯짓하는 순간, 몸통 부분에는 하강기류가, 날개 끝에는 상승기류가 일어났지요. 뒤따르는 새는 신기하게도 앞선 새의 날개 끝 부분에서 날갯짓했습니다. 상승기류가 생기는 날개 쪽에서 날면 적은 힘으로도 오랜 시간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겁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V자 대형으로 날았을 때 날갯짓 횟수는 14% 정도 감소했고, 에너지 소모도 최대 18%까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연구진은 "철새들이 V자 대형으로 움직이는 건 최소의 에너지로 비행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