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릴 모양이다. 자동차로 가득 채워진 도시에서는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정겨운 광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검은 흙먼지와 뒤범벅이 된 눈이 심각한 골칫거리다. 눈길에 미끄러진 자동차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빙판길에 넘어져 다치는 사람도 생긴다. 도시와 자연의 눈(雪)은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셈이다. 도로 위에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기 전에 말끔히 치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설기가 달린 트럭으로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내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거나 도로 옆에 시설물이 많지 않을 경우에는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교통량이 많은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제설 작업이 늦어져서 도로 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버리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모래나 흙을 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얼어붙은 도로에 뿌린 모래 때문에 자동차가 더 쉽게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도로에 쌓인 눈이나 얼음을 녹이는 제설제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순수한 물은 섭씨 0도에서 얼음으로 변한다. 그러나 소금과 같은 화학물질이 완전히 녹아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더라도 쉽게 얼지 않는다. 화학에서는 그런 현상을 '수용액의 어는점 내림 현상'이라고 부른다. 액체의 물에 녹은 소금이 나트륨(소듐) 양이온과 염화 음이온으로 분리되면 어는점 내림 현상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장독에 들어 있는 간장이나 냉면 육수가 쉽게 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인 값싼 암염(돌소금)을 이용할 수 있다. 눈이 쌓인 도로에 암염 가루를 뿌려두면 지나가는 자동차 타이어와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주변의 눈이 녹기 시작한다. 그렇게 녹아서 생긴 물이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에 의해 옆으로 번지면서 본격적인 화학적 제설이 진행된다. 그러나 암염이 만능 제설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온이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지면 제설 효과가 많이 줄어들어 버린다. 너무 추우면 소금물도 얼어버린다. 진한 소금물 때문에 자동차와 철제 시설물이 녹슬어 버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다리의 철제 부분이 부식되면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암염은 주변의 식물에도 피해를 준다. 대부분의 식물은 소금이 녹아있는 짠물에 견디지 못한다. 눈이 녹은 후에 도로에 말라붙은 소금을 핥아먹으려는 동물들이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암염은 워낙 값이 싸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한 해에 1000만 톤이 넘는 암염을 제설제로 사용한다.
소금처럼 물에 녹으면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는 염화칼슘은 더 훌륭한 제설제다. 암염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추운 날씨에도 사용할 수 있고, 제설 효과도 뛰어나다. 염화칼슘은 대기 중의 수분을 쉽게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물에 녹으면서 상당한 양의 열을 방출하기도 한다. 제설제로 사용하는 염화칼슘은 가루나 얇은 조각으로 만들어서 쓴다. 염화칼슘은 공기 중의 습기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서도 제설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염화칼슘도 금속을 녹슬게 하고,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