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는 별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라고 예외일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별은 북극성이라고 부르고, 7개의 별을 모아서 북두칠성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견우와 직녀에 해당하는 별도 있다. 물론 실제로 밤하늘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고, 무심하게 반짝이는 별들이 우리가 붙여준 이름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별이나 별자리에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의 밝기와 움직임, 그리고 상대적인 위치에 대한 관심은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전 세계 모든 고대 문명이 별들의 상대적인 밝기와 위치를 나타내는 천문도를 그리는 일에 집착을 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에도 별자리를 그렸던 흔적이 남아 있고,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도 정교한 천문도가 남아 있다. 별자리는 천문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우리의 남다른 상상력이 반영된 결과다.
별이나 별자리의 이름은 신화나 전설과 관련이 있다. 단순한 흥미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다가올 축복이나 재앙을 미리 알아내기 위한 노력인 경우도 있었고, 지배자가 자신의 힘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경우도 있었다. 특정한 별자리 부근에 혜성이 나타나거나 별똥별(유성)이 떨어지면 엄청난 일이 닥쳐오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현대 천체물리학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미신이었지만 별의 정체를 알지 못했던 고대 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런 해석이나 주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오늘날에도 별과 별자리에 이름을 붙인다. 고대 사회의 미신에 가까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천억 개의 수천억 배에 해당하는 별 모두를 구별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그렇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국제천문연맹(IAU)이 1922년에 정한 88개의 '표준 별자리'를 사용한다. 그 중 36개는 주로 북반부의 밤하늘에서 관찰되고, 52개는 주로 남반부의 밤하늘에서 관찰된다.
국제천문연맹의 표준 별자리에는 대부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전해오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여름 밤하늘에서 조그맣게 반짝이는 '거문고자리'는 우리의 전통 악기 거문고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시인이며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아버지 아폴론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리라'라는 악기를 우리말로 거문고라고 옮겼을 뿐이다. 거문고자리의 별 중에서 '베가'는 바로 우리의 전설에 등장하는 '직녀성'이다.
가장 잘 알려진 북두칠성은 표준 별자리 중 하나인 큰곰자리의 허리와 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반짝이는 7개의 별을 말한다. 큰곰자리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던 아르카디아 공주 칼리스토가 헤라 여신의 저주를 받아 흰 곰으로 변한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결국 고대 서양의 별자리는 그리스의 신화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교육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던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쓸모가 있는 별자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서 별자리의 의미는 고대의 신화나 전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는 사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현대의 첨단 과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