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진화론을 확립시킨 획기적인 고전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부끄러운 소식이 실렸다. 우리나라가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굴복해서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에 대한 화석 증거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과학적 사실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진화론은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을 통해 발표한 획기적인 과학 이론이다. 처음에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진화 가설’ 수준의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진화론은 두 가지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생물종이 남긴 후손에서는 조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변이’가 나타나고, 그런 변이가 다시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첫 번째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이 대체로 서로 닮았으면서도 조금씩 다르기도 한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로 다른 변이를 가진 후손 중에서 어느 후손이 더 번성할 것인지는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는 ‘자연 선택’이 진화론의 두 번째 핵심이다. 그래서 환경이 변하지 않는 경우에는 변이가 적어서 부모와 많이 닮은 후손에게 유리해지지만, 환경이 심하게 변하는 경우에는 부모를 닮지 않은 후손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 자연에 의해 선택된 후손은 더 많은 후손을 남기게 되어서 그렇지 못한 후손보다 더 많이 번성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후손만 남게 된다는 것이 진화론이다.

그런데 자연환경이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결과적으로 생물종의 진화도 일정한 방향을 향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동물이 가지는 눈의 경우가 그렇다. 진화의 과정에서 주위 환경을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눈을 가진 생물이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일생을 어두운 동굴에서 살게 되거나, 밤에만 활동해야 하는 형편이 될 수도 있다. 박쥐나 부엉이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진화론은 불편한 진실처럼 보일수도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구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600만년 전 아프리카 남부의 나무 위에 살던 원숭이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기후가 변하면서 나무 위에서 사는 것보다는 초원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이 된 것이다. ‘남쪽에서 살던 사람’이라는 뜻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한 이후에도 인간의 진화는 계속됐다. 머리와 뇌가 커지고, 이마가 좁아지면서 오늘날의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현대의 생명과학이 정립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진화론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증거는 오래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동물이나 식물이 남긴‘화석’이었다. 그러나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종 중에서 화석의 흔적을 남긴 생물종은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화석만으로 진화론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창조주가 모든 것을 설계해서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과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종교적 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