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6도 속 그들은 과연 깨어날 수 있을까. 냉동인간을 살아나게 하는 실마리를 국내 연구팀이 풀어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냉동시켜 보관했다가 미래에 다시 해동시켜 살려낸다는‘냉동인간’에 대한 아이디어는 할리우드 영화나 공상과학(SF) 소설의 단골 소재입니다. 예컨대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왔던 영화 ‘데몰리션맨’ 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은 냉동 감옥에서 얼려져 70년형을 살게 되지요. 그러나 냉동인간의 부활에는 커다란 장애가 있었습니다. 해동 과정에서 세포가 녹으면서 액체인 체액과 혈액이 다시 얼음과 같은 결정체를 형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가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액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고체 결정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액체 속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국내 연구팀이 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늘 과학뉴스에서는 영화 속 냉동인간의 실마리를 푼 카이스트 연구팀의 성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카이스트 연구팀의 성과

냉동인간이 부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동입니다. 해동과정에서 얼음이 녹고 어는 현상이 반복되며 세포를 파괴해 그동안 냉동인간의 부활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카이스트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세포파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어 냉동인간을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온전하게 살려낼 수 있다고 합니다.

원자단위를 분석하는 데는 투과전자현미경이라는 전문 장치가 쓰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현미경으로도 액체를 원자단위까지 관찰하기는 어려웠어요. 액체는 고정하기가 어렵고 즉시 공중으로 분해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미경 자체가 전자빔이 수백㎚(nano meter󌈎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어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 에서 유래) 이하의 시편(시험·분석에 쓰이기 위한 물질 등의 조각)을 투과하는 방식인 탓에 액체를 특정 공간에 가둘 수 없으면 관찰과 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했지요.

이번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이종용 교수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원자단위에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어요. 이 교수팀은 육각벌집 모양의 탄소 원자들로 이뤄진 그래핀이라는 물질의 두께가 0.34㎚로 지금까지 합성할 수있는 물질 중 가장 얇은 물질로 알려진 것을 활용했지요. 연구팀은 그래핀으로 ㎚크기의 결정이 담긴 액체를 감싸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즉, 투명한 유리어항에 담긴 물속의 물고기들을 눈으로 볼 수있는 것처럼 투명한 그래핀을 이용해 액체를 담아 그 속에 있는 결정들을 원자단위에서 관찰할 수있게 한 것이지요.

이를 활용하면 액체 내에서의 각종 촉매반응, 혈액 속 백혈구나 적혈구보다 훨씬 작은 미세 바이러스 분석, 전지 내에서 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반응, 몸속 결석 형성과정 등을 분석할 수 있지요. 이번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지면과 온라인 4월호에 동시 게재됐다고 하네요.

◇냉동인간 과연 가능할까

법적으로 냉동인간은 숨이 끊어진 시신을 말해요. 하지만 다시 깨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죠.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셈이죠. 최초의 냉동인간은 미국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예요. 그는 1967년 간암으로 죽기 직전 인공혈액을 몸속에 넣고 액체 질소로 채워진 강철 기구속으로 들어갔지요. 암이정복될 때 그의 몸은 해동돼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고 나서 긴 잠에서 깨어나기로 돼 있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어요. 애꿎은 그의 아들만 고생이 많았지요. 아버지를 냉동상태로 모시느라 전 재산을 날렸기 때문이지요.

냉동과정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어요. 전신 마취 후 심장에 항응고제를 주입해 피가 굳는 것을 방지하는 게 첫 단계지요. 그다음은 체온을 떨어뜨려 세포가 죽는 것을 막고 전신에서 혈액을 뽑아낸 다음 특수용액을 넣지요. 이어 영하 196℃의 액체질소 속에 보존하게 됩니다. 현재 냉동인간은 미국과 러시아 등에 200명쯤 보존된 것으로 알려 졌어요. 냉동인간을 허용하는 국가와 관련업체에 등록해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도 1000명이 넘는 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들이 언제 깨어날지는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어요. 아직은 인체 일부를 냉동했다가 녹이는 정도로만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뇌의 기능, 특히 기억력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지요. 이번 카이스트 연구팀의 성과가 냉동인간을 살려내는 실마리를 제공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다시 살아난 냉동인간이 나오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