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합성 첨가물인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어 출시된 한 커피믹스의 광고사진. 그러나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배척할 필요는 없다.

커피 믹스에 들어 있는 카제인을 들먹이는 이상한 광고가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카제인은 우유를 비롯한 포유류의 젖에 많이 들어 있는 평범한 식용 단백질로 우리에게 해롭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카제인’ ‘카제인 첨가물’ ‘우유’를 애써 구분할 이유도 없다. 낯선 과학 용어를 이용한 엉터리 광고에 속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우유는 ‘락토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젖당’이라는 탄수화물, ‘유지방’이라는 지방, 그리고 카제인이라는 단백질이 고르게 들어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물론 젖소에서 짠 신선한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집안에서 젖소를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우유를 상하지 않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목장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주민들이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저온살균법’ 덕분이다. 우유를 상하게 하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지방이 표면으로 떠오르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서 고약한 냄새가 생긴다. 유지방을 작게 부수는 ‘균질화’ 기술도 우유의 유통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중요한 기술이다.

우유의 성분을 분리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유지방을 분리해서 버터를 만들거나 크림을 만드는 것도 그런 경우가 된다. 유지방을 분리하고 남은 우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발효시켜서 만든 치즈도 훌륭한 식품이다.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발효시킨 요구르트도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은 특별한 용도로 사용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우유에서 분리한 카제인을 ‘안료’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색깔의 물감에 사용하는 접착제로 사용했다. 커피 믹스나 커피에 사용하는 크림이 쉽게 녹을수 있게 해주는 ‘유화제’로도 사용된다.

문제는 카제인을 분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카제인은 칼슘 이온 주위에 둥근 공 모양으로 달라붙어 있어서 채로 거르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카제인을 분리할 수 없다.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시큼한 맛이 나는 식초를 넣어주면 칼슘 이온을 둘러싸고 있던 카제인이 풀어지면서 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바닥에 가라앉은 카제인을 분리한 후에 소량의 수산화 나트륨으로 신맛을 제거한 것이  바로 ‘카제인 나트륨’이다. 카제인과 달리 카제인 나트륨은 물에 잘 녹아서 활용하기도 쉽다. 더욱이 카제인 나트륨이 우리의 위에 들어가면 강한 산성의 위액에 의해 본래의 카제인으로 변해 버린다. 우유를 마신 경우와 화학적으로조금도 다르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 화학물질 중에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화학물질을 무조건 무서워할 수는 없다.화학물질을 포기하면 우리 자신도 생명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