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심이 강하다’ 와 같은 성격을 나타내는 표현을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곤충에게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곤충 세계에서도 어떤 개체들은 다른 개체들에 비해 유독 모험심이 강하고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데, 이런 곤충들의 뇌 활동 구조가 모험심을 즐기는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그간 곤충 연구에서는 곤충의 종류에 따라 일괄적으로 구분하는 데 중점을 뒀었지요. 예를 들어 육식 곤충은 성격이 포악하고 초식 곤충이 상대적으로 성격이 부드럽다는 것을 밝혀내는 형식이었지요. 곤충은 대부분 성격이 순해 서로 싸우는 경우가 드문데, 육식성 곤충이 주변의 개체들과 싸움을 자주 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포악한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경우가 무당벌레 유충이에요. 주변에 있는 친구를 먹이로 삼고, 심지어는 한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를 잡아먹는 것도 포악한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낸 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유명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데일리에서 그간의 연구와 달리 각각의 곤충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내용이 실렸어요. 오늘 과학뉴스에서는 곤충에도 제각각 성격이 있다는 연구를 자세히 살펴볼게요.

곤충들도 성격이 제각각 다르답니다. 최근 미국의 유명한 과학잡지에는 꿀벌을 통해 곤충의 성격에 대한 연구가 실렸어요.

◇꿀벌 연구 통해 곤충도 제각각 성격 가졌다는 사실 밝혀져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연구진이 지난 11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발표한 꿀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뿐만 아니라 꿀벌들도 새로움이나 모험을 추구하는 ‘성격’ 이 존재하며, 꿀벌마다 성격의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이것은 꿀벌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들도 단지 육아와 먹이 구하기 등 특정 역할만 하는 판에 박힌 존재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죠. 연구에 따르면 꿀벌들은 특정 임무를 수행하려는 욕구나 의지가 개체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꿀벌의 ‘성격’ 차이에서 온다고 분석했어요.

연구진은 집 지을 장소나 먹이, 즉 새로운 것을 찾는 꿀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무리 중 5% 미만의 개체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개체에 비해 용감하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벌의 개체 수가 늘어나 분봉(꿀벌류 무리에서 관찰되는 늦은 봄이나 초여름 경에 새로운 여왕벌의 출현으로 약 반수의 일벌이 이전 여왕벌과 함께 집을 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벌집을 짓는 현상)을 해야 할 시점이 오면 새 집터를 구하기 위해 탐색조가 길을 떠나는데, 집터 탐색조에 속하는 일벌들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먹이 탐색조가 될 확률이 3~4배나 높다는 것도 알아냈지요.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성격 연구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한 개체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줄곧 보인다면 이를 성격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꿀벌 사회에서도 특정 개체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할 뿐 아니라 ‘남보다 더 멀리’ 가고자 하는 열의를 보이며, 이것이 바로 꿀벌 전체 집단을 이끌어 가는 활력으로 보인다” 고 말했어요.

학자들은 탐색조와 비탐색조 꿀벌들의 뇌에서 유전자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 전체를 대상으로 분자생물학 분석을 실시했는데, 그결과 유전자 활동에서 수천 가지의 뚜렷한 차이를 발견했어요. 이들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실제론 어마어마한 차이가 발생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덧붙였지요.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자 중에는 인간의 생체 내에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물질인 카테콜아민(CA)과 글루타메이트, GABA(감마 아미노낙산) 신호와 관련된 것들이 일부 있었는데, 이런 유전자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조절하고 보상에 반응하는 데 관여하는 것이었어요. 이는 인간처럼 꿀벌의 개체들이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것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지요.

연구진은 뇌 신호의 변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꿀벌들의 뇌 화학물질을 증가시키거나 억제하는 실험도 했어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와 옥토파민을 첨가하자 전에는 집터 탐색에 나서지 않았던 벌들 사이에서 탐색조가 늘어났고, 도파민 분비를 차단하자 탐색조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 같은 결과 역시 뇌 신호의 변화가 성격을 만드는 것임을 의미하지요.

연구진은 “사람을 비롯해 등뼈동물이 보이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 은 곤충에도 나타난다. 이들에게서는 행동 간의 차이가 일관성이 같은 유형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연구 결과가 곤충과 사람, 다른 동물들이 모두 행동을 진화시키는 데 똑같은 유전자를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어요. 이제 꿀벌을 보면 모두 똑같은 일벌이라고 하면 안 되겠죠? 왜냐하면 그중에는 성격이 강한 꿀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