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나 식초의 시큼한 맛을 내는 물질을 산(酸), 양잿물처럼 미끄럽게 느껴지는 물질을 염기(鹽基)라고 한다.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알칼리 금속이 물에 녹으면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알칼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암모니아(NH₃)처럼 알칼리 금속과 아무 관계가 없으면서도 염기의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이 많기 때문에 알칼리보단 염기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알칼리성 음료는 염기성이란 뜻이 아니라 소금처럼 알칼리 화합물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알칼리성 음료는 산성이다.
산이 물에 녹으면 수소 이온(H+)이 생기고, 염기가 물에 녹으면 수산 이온(OH-)이 만들어진다. 산과 염기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주면 물과 함께 소금 같은 염(鹽)이 만들어지는 중화반응이 일어나 산의 시큼한 맛이 사라지고 염기의 톡 쏘거나 미끈거리는 느낌도 없어진다. 그뿐 아니다. 염산(HCl)이나 수산화나트륨(NaOH) 같은 맹독성 산과 염기가 만나면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소금(NaCl)이 만들어진다. 화학의 신비다.
순수한 액체 상태에선 산소의 양쪽에 두 개의 수소가 결합된 물 분자가 부서져 수소 이온과 수산 이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순수한 액체 상태의 물에도 수소 이온이 들어 있다. 순수한 물에서 수소 이온의 농도를 나타내는 ‘수소 이온 지수’(pH)는 7.0이 된다. 그런 물에 산을 넣으면 pH가 줄어들어 7보다 작은 산성 용액이 되고, 염기를 넣으면 pH가 7보다 큰 염기성 용액이 된다.
pH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서 특히 중요하다. 위액엔 상당량의 염산이 들어 있어 pH 0.9~1.5의 강한 산성을 띤다. 산성의 위액은 음식물에 묻어 있는 해로운 세균을 죽이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위 점막이 파괴돼 위염이나 위경련이 일어난다. 그런 경우엔 탄산수소나트륨과 같은 염기성 제산제가 필요하다. 반대로 위산이 분비되지 않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쉽고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산소와 영양분을 세포로 운반해주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시켜주는 혈액의 pH도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성별과 나이,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pH 7.4의 값이 유지된다. 우리 몸엔 혈액 내 pH를 정교하게 조절해주는 복잡한 화학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누구에게나 사용하는 링거액의 pH는 정확하게 7.4에 맞춰져 있다. 혈액의 pH가 0.2 정도만 작아지거나 커지면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체질이나 음식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구분하는 건 화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산성이라고 반드시 나쁘고 알칼리성이라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농사를 오래 지은 밭의 흙이 산성이 되는 건 농작물에 꼭 필요한 나트륨·칼륨·마그네슘 등의 알칼리 성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식물을 태운 재나 칼륨이 풍부한 화학 비료를 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