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0만년 전 중생대 말,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지름이 약 10km나 되는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이 충돌로 지름이 약 180km나 되는 운석충돌구(크레이터)가 생길 정도였다니 그 위력이 짐작이 되지요?
운석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먼지가 성층권(기상현상이 일어나는 대류권 위의 대기층)까지 솟아올라 지구를 감싸게 되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빛의 10~20%를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플랑크톤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이들을 먹이로 삼는 많은 동물들이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백악기 당시에는 산소 농도가 높았는데, 운석 충돌의 충격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재와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온실효과가 발생해 대량멸종을 부추겼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질시대 중 마지막에 일어난 백악기 말 대량멸종입니다.
‘운석충돌설’은 1980년 알바레즈라는 과학자의 연구팀이 발표했습니다. 백악기와 신생대의 경계 지층에 이리듐이 농축되어 있는데, 이리듐이 주로 운석이나 혜성에 많다는 사실로부터 추측했던 이론이었습니다. 이후 시기나 규모에 있어서 알바레즈의 가설을 잘 뒷받침하는 운석충돌구가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되면서, 백악기 말 대량멸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 검증되었습니다.
백악기 말 대량멸종 때 전체 생물군 가운데 약 46%의 ‘속’이 멸종했다고 해요. 대표적으로는 중생대의 대표 동물인 공룡, 수장룡, 익룡과 암모나이트가 멸종했으며, 대부분의 해양 플랑크톤들도 멸종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덩치가 작았던 잡식성의 포유류, 새, 도마뱀, 악어, 거북과 같은 일부 파충류와 양서류는 대량멸종을 피했습니다. 대량멸종 이후에 신생대가 시작되었는데, 이들 중에서도 포유류가 공룡이 차지했던 생태계의 지위를 획득함으로서 ‘포유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공룡이 살아 있다?
새의 골격은 용반류인 마니랍토라(Maniraptora) 공룡들과 거의 비슷하다. 영화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해진 벨로키랍토르(Velciraptor)가 마니랍토라에 포함되는데, 이들은 비교적 작고 날렵한 육식공룡들이다. 이들 공룡은 모두 새처럼 뒷다리로만 걷고, 머리뼈에 구멍이 많아 가벼우며, 첫 번째 뒷발가락이 퇴화했고, 쇄골(가슴 위쪽에서 양쪽 어깨에 걸쳐 수평으로 나 있는 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흔히 중생대가 끝나면서 공룡은 멸종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공룡은 새의 모습으로 아직도 살아 있는 셈이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