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 페름기 말에 약 95%의 생물들이 멸종한 후 황량해진 지구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파충류의 시대’라고 알려진 중생대(약 2억 5000만년~6500만년 전)입니다. 중생대는 다시 트라이아스기(약 2억 5000만년~2억 300만년 전), 쥐라기, 백악기로 나누어집니다.
대량멸종 후 지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황량한 바다와 다시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 육지에서 단지 몇 종류의 물고기와 곤충, 파충류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겠지요? 우리가 생각할 때 대량멸종은 재앙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량멸종 후의 세상은 혹독한 시기를 견뎌 낸 생물들에겐 낙원이었을 것입니다. 몇 종류의 생물들만이 생존경쟁을 할 필요 없이 넓은 바다와 육지를 독차지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약 4700만년 동안의 트라이아스기에는 새로운 생물들이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고 고생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만들어 졌습니다.
트라이아스기 동안 육지에서는 생명력이 강한 소철과 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들이 다시 번성했습니다. 바다에서는 암모나이트, 조개류와 오늘날과 비슷한 물고기들이 늘기 시작했죠. 암모나이트의 경우 중생대 동안 아주 빠르게 진화해 중생대 시간의 흐름을 알아낼 수 있는 ‘표준화석’으로 사용될 정도입니다.
이 시기의 여러 생물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파충류일 것입니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대량멸종을 견뎌낸 포유류형 파충류들이 잠시 육지에서 번성했습니다. 그러나 바다에 어룡과 수장룡이 나타난 후, ‘지배자 도마뱀’이라는 뜻의 아르코사우루스들이 트라이아스기 중반부터 육지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들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공룡과 익룡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공룡이 등장할 무렵, 포유류형 파충류로부터 포유류도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배자 도마뱀’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동안 포유류는 쥐처럼 작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약한 존재였습니다.
<돋보기>어룡과 수장룡
어룡과 수장룡은 주로 물속에서 생활하던 중생대 파충류다. 수중생활은 움직일 때 힘이 덜 들고 몸집을 크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육지에 살던 파충류 중의 일부가 수중 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생각된다.
어룡과 수장룡은 모두 물개의 앞발처럼 생긴 두 쌍의 발을 가지고 있다. 어룡은 돌고래처럼 날렵한 유선형의 몸, 긴 주둥이, 큰 눈,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반면, 수장룡은 긴 목, 악어처럼 생긴 넓은 몸통과 꼬리를 가지고 있다. 출산 도중 화석이 된 어룡과 수장룡의 모습을 통해 과학자들은 이들이 파충류이지만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