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는 길고 긴 3억년의 고생대 중에서 마지막 지질시대인 페름기(약 2억 9500만년~2억 5000만년 전)에 도착했습니다. 페름기에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서 ‘판게아’라는 거대한 초대륙을 만들었기 때문에 생명의 역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모든 대륙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육지의 동물들은 적절한 환경을 찾아 이동하기 쉬웠고, 식물들은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페름기의 생태계에 닥칠 대량멸종의 위험을 감지한 포유류형 파충류들.

한편,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육지의 안쪽은 지금의 아프리카나 아시아 대륙처럼 건조한 기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건조한 기후에 알맞은 은행나무와 소철 같은 겉씨식물들이 진화하여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겉씨식물은 사과처럼 꽃을 피우며 씨앗이 씨방 안에 들어 있는 속씨식물과 달리 씨앗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식물입니다.

초대륙 판게아의 모습. 파란색은 빙하, 붉은색은 사막, 짙은 녹색은 석탄층 분포 지역이다.

페름기에는 곤충들도 다양하게 진화하여, 지금 살고 있는 곤충들의 조상은 대부분 이 시기에 나타났습니다. 특히 바퀴벌레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진화하여, 곤충의 90% 정도를 차지했다고 해요.

석탄기에 나타난 거대한 잠자리들은 페름기에 번성했습니다. 잠자리들이 거대한 포식자로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석탄기에 산소가 풍부해졌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천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막이 있는 알을 가져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후손을 번식시킬 수 있었던 파충류는 건조해진 육지의 안쪽까지 서식지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석탄기에는 크기도 작고 힘도 없던 파충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페름기 환경 속에서 매우 다양해지고 몸집도 거대해졌습니다. 결국 파충류가 육지의 동물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의 파충류는 크기가 작은 조룡류(Archosaurs)와 비교적 큰 포유류형 파충류(pelycosaurs)로 나뉩니다. 조룡류는 나중에 공룡과 새로, 포유류형 파충류는 포유류로 진화하게 된답니다. 그러나 계속 번성할 것만 같은 페름기의 다양한 생물들은 아주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베게너와 판게아

20세기 초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고생대 말에 하나로 모여 있었던 대륙들이 서서히 분리되어 지금의 위치에 왔다는 대륙이동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하나로 모여 있던 거대한 대륙을 판게아(Pangaea)라고 이름 붙였다.

세계지도를 보면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은 마치 조각퍼즐처럼 잘 들어맞는다. 베게너는 아마도 이 사실에서 실마리를 얻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대륙에 퍼져 있던 고생대 말 지층들을 연구한 결과 빙하의 흔적, 사막, 석탄층의 분포가 대륙들 사이에서 잘 연결된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대륙 이동설은 지구 표면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의 움직임으로 화산, 지진 등이 일어난다는 현재의 판구조론의 기초가 되었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