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엽충은 고생대 3억 년 동안에 모든 바다에 퍼져 살았던 매우 번성한 동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번성한 동물도 언젠가는 멸종한답니다. 한편으로는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죠? 하지만 야생 동물이 죽어서 나무들에게 거름이 되듯이 멸종은 다른 생물들에게 번성할 기회를 줍니다. 공룡과 같은 거대한 파충류들이 멸종한 뒤에 포유류가 번성하고 결국 인간이 진화하게 된 것을 보면, 멸종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장 많은 종류의 삼엽충이 번성했던 오르도비스기의 바다 속. 그림=손장원 박사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던 삼엽충도 결국 멸종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삼엽충이 대단한 생물인 이유는 고생대 3억 년 동안 두 번 일어났던 멸종 사건들을 모두 견뎌내고 살아남았었다는 사실입니다. 약 5억 3000만 년 전인 캄브리아기 초기에 나타난 삼엽충은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하여 오르도비스기에 다양성이 최고에 이르렀습니다. 현재의 바다 속에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지만, 오르도비스기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면 아마도 우글거리는 여러 종류의 삼엽충들이 걸려 나왔을 것입니다.

오르도비스기 말(약 4억 4000만 년 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혹독한 빙하기는 따뜻한 바다에 적응했던 많은 생물들을 멸종시켰습니다. 이때 삼엽충도 많은 종류가 사라졌죠. 하지만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일부가 실루리아기, 데본기의 바다에서 다시 번성했습니다. 한동안 평온하던 바다는 데본기 말(약 3억 6000만 년 전)에 또 다시 찾아온 대멸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몇몇 삼엽충이 끝까지 살아남아 고생대가 끝날 때까지 자손을 이어갔습니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손바닥보다 작은 돌에 붙어 있는 두 마리의 살테로코리페 삼엽충.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던 삼엽충도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 말(약 2억 5000만 년 전)에 찾아온 대멸종은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움직이던 대륙들이 고생대 말에 한 곳에 뭉쳐 판게아라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만들면서, 생물이 살기 좋은 대륙 주변의 얕은 바다인 대륙붕이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바다에 사는 많은 동물들이 살 곳을 잃고 멸종하게 됐죠.

삼엽충이 두 번의 대멸종을 견뎌 내고 3억 년 동안 지구를 누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오르도비스기 말에 많은 삼엽충이 견디지 못했던 혹독한 빙하기에서 살아 남은 삼엽충은 찬 바닷물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이나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남과 다른 특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돋보기-제6의 대멸종

멸종이란 대를 이어오던 생물 종이 더 이상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여러 종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멸종 현상을 대멸종이라 한다.

지구 역사상 대멸종은 다섯 번 있었다. 삼엽충의 멸종에서 살펴봤듯이 고생대에 세 번,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 년 전)에 한 번, 공룡의 멸종으로 유명한 백악기 말(약 6500만 년 전)에 한 번 일어났다.

대멸종의 원인은 대륙의 합체, 기후의 변화, 운석 충돌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연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는 인간 때문에 많은 생물들이 빠르게 멸종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를 '제6의 대멸종'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다른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지구에서는 결국 사람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환경보호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숙제다.


/ 이승배(화석전문가ㆍ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