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화석이 잘 보존되는 암석인 ‘셰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유명한 화석들이 발견된 셰일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버제스 셰일과 중국의 마오톈산(帽天山) 셰일을 소개하겠습니다. 특히 마오톈산 셰일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청장(澄江ㆍChengjiang) 화석군’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미국의 유명한 고생물학자 찰스 두리틀 월콧에 의해 1909년에 발견된 버제스 셰일의 동물들은 바다 속에서 살다가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온 진흙에 묻혀서 죽었습니다. 덕분에 보통 죽은 뒤에는 썩어 없어지는 연약한 생물들도 완벽하게 화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캄브리아기 중기(약 5억 500만 년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버제스 셰일에는 잘 알려졌던 삼엽충뿐만 아니라 모양이 괴상한 화석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지식으로는 살아있는 어떤 동물과 가까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생물의 화석이었죠. 이 때문에 학자들은 캄브리아기에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화석들을 꼽자면 저는 위ㆍ아래 구분이 잘 안 되는 ‘할루키게니아’, 우주 괴물처럼 생긴 ‘오파비니아’, 그리고 우리의 먼 조상인 ‘피카이아’를 소개하고 싶네요. 다섯 개의 눈과 코끼리 코처럼 길게 뻗은 입을 가진 괴상한 오파비니아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연구에 의해 피카이아는 사람이나 물고기 같은 모든 척추동물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라고 생각되었고, 할루키게니아는 뾰족한 가시로 걸어 다니는 이상한 동물이라고 추측되었습니다.
정확히 75년 뒤인 1984년에는 중국 윈난성에서 더 놀라운 화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버제스 셰일처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된 청장 화석군은 버제스 셰일보다 1000만 년 이상 오래된 캄브리아기 초기(약 5억 2000만 년 전)의 다양한 화석들을 보여주었죠. 청장 화석군에서 ‘밀로쿤밍이아’가 발견되면서 척추동물의 조상이 피카이아보다 1000만 년 앞서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할루키게니아의 뾰족한 가시는 다리가 아니라 방어수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안타깝게도 이 원시생물들은 오래 전에 멸종했지만 수㎝에 불과한 다양한 화석들을 통해서 생명의 역사가 선캄브리아기(약 5억 4000만 년 이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셰일 속의 화석들은 지금의 인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있기 수억 년 전부터 수많은 생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했었다는 생명진화의 신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버제스 화석 발견한 찰스 두리틀 월콧
185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찰스 두리틀 월콧(1850~1927년)은 버제스 화석의 발견으로 세계적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아서 광물이나 새의 알을 채집하다가 화석도 수집하게 됐다. 결혼 후에는 가족과 함께 화석 채집 소풍을 자주 다녔다.
화석에 대한 열정 덕분에 그는 하버드대학 교수의 눈에 띄어 본격적인 고생물학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월콧은 미국지질조사국 국장을 거쳐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평생 동안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의 화석을 연구해 20세기 고생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는 ‘찰스 두리틀 월콧 메달’을 제정해 선캄브리아기와 캄브리아기의 생명과 역사에 대해 뛰어난 연구를 한 연구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월콧은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과 열정은 지구의 역사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 이승배ㆍ화석전문가(서울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