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소금에 절이면서 김장 담그기가 시작됩니다. 그 속에 솜은 화학을 찾아볼까요?
배추를 소금물에 넣어 두면
배추를 소금물에 넣어 두면 탱탱했던 배춧잎이 흐물흐물해집니다. 바로 반투막 때문이죠.
반투막은 기체나 액체의 혼합물의 성분 가운데 어떤 것은 통과시키고 다른 성분은 통과시키지 않는 막을 말해요. 싱싱한 배추는 거의 90% 정도가 물이고 나머지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배추 속 물은 배추 세포의 세포막 속에 들어있고 이 세포막이 반투막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반투막에는 물 분자가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구멍이 수없이 많이 나 있어요.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서로 다른 용액을 넣어 두면 농도가 낮은 용액의 물 분자가 농도가 진한 용액 쪽으로 이동해요. 물 분자의 이동은 두 용액의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계속돼요. 이것을 삼투현상이라 하죠.
배추를 소금물에 넣어두면 이 삼투현상이 일어나요. 배추가 잠겨있는 소금물의 농도가 배추 속 물보다 진하기 때문에, 배추의 물이 소금물 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배춧잎의 물이 소금물로 빠져 버리기 때문에 배춧잎이 쭈글쭈글해지며 숨이 죽는 거랍니다.
배추는 쭈글쭈글해지며 짠 맛도 나요. 왜 짠 맛이 날까요?
처음에는 배추의 반투막이 물 분자만을 출입시키지만, 오래 소금물에 절여두면 반투막이 기능을 잃어버려요. 그래서 나트륨 이온이 배추 속으로 들어가 짠 맛이 나게 됩니다.
김치의 깊은 맛은 어디서 올까
김치는 절인 배추나 무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의 양념을 섞은 후 적당한 온도에서 유산균을 증식시킨 발효 식품이에요.
김치가 익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유산균. 소금에 절이면서 배추에 있던 대부분의 세균은 다 죽지만, 염분에 잘 견디는 유산균은 그대로 남아서 김치를 익히는 임무를 해냅니다.
유산균은 사람의 대장 속에도 살고 있는데, 온도가 낮고 산소가 없는 곳에서 증식을 잘 해요. 그래서 김치를 익힐 때는 꼭꼭 눌러 배추와 배추 사이의 공기를 빼내고, 잘 덮은 후 섭씨 5도 정도에서 열흘 이상 두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유산균이 많이 증식하게 되거든요. 기억하나요? 이렇게 우리 몸에 이로운 균이 증식하는 것을 ‘발효’라고 한다는 것을요.
유산균은 김치 양념 재료를 분해하여 젖산, 초산 등을 만들어 내요. 이 물질들과 양념이 어우러져 김치 특유의 맛이 나는 거랍니다.
소금 설탕 절임 음식
젓갈, 단무지, 과일 잼 등은 삼투압에 의해 야채나 과일 속의 수분이 빠져 나오고 이것들 안에서 살고 있던 미생물도 수분을 잃어 죽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식물 뿌리의 물 흡수
식물 뿌리의 농도가 땅 속의 물보다 높기 때문에 삼투압에 의해 물이 뿌리로 흡수되며, 뿌리 쪽의 농도는 잎의 농도보다 낮기 때문에 뿌리가 흡수한 물은 다시 잎으로 이동한다.
수영장에 오래 있으면 손과 발이 쭈글쭈글해지는데…
피부 세포의 농도가 수영장이나 목욕탕의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삼투압에 의해 물이 피부 세포로 흡수되어서 피부가 부풀기 때문이다.
/ 최미화(여의도고 화학 교사) 그림=장정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