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내 신체 기관의 일부이고, 가장 친한 친구다. 시력이 안 좋은 나에게 밝음을 주는 눈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가끔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나에게 교훈을 주려는지 안경은 어디론가 숨곤 한다. 분명히 책상 위에 두었을 텐데… 하고 찾아보지만 찾기가 어렵다. 노는 데 열중해 안경을 아무 데나 놓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안경과 숨바꼭질을 한다. 요리조리 안경을 찾아 삼만 리. 안경은 나에게 힌트 하나 주지 않는다.
어디에 두었더라? 어젯밤 숙제를 끝낸 후 동생과 장난치다가 벗어놓은 것 같은데…. 아, 그렇지. 거실의 TV 스탠드 옆! 드디어 찾았다.
안경이 없으면 글씨를 읽을 때 아른아른하고 머리가 어지럽다. 억지로 읽으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한참을 힘들어하다가 안경을 끼면 세상이 밝아진다. 그래서 안경은 내 보물 같은 존재다.
한가할 때는 안경닦이로 안경을 닦는다. 내 몸의 한 부분을 닦는 것처럼 깨끗이 하고 눈에 쓰면 세상이 더 밝다. 안경닦이와 안경은 내게 교훈을 주는 단짝 친구다.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은 안경닦이를 통해 배웠다.
안경과 안경닦이의 집은 안경집이다. 내가 잠들면 둘이서 안경집에 들어가서 일과를 쉬며 속닥속닥거린다. 문 닫힌 안경집 안에서 밤새 무슨 얘기를 할까? 나 몰래 비밀 얘기라도 하는 걸까? 둘이서 도란도란 재미있게 얘기하겠지 생각하면 나도 공연히 재미가 있어진다.
안경은 내 소중한 보물이다. 세상에서 내게 가장 맞춤한 안경은 단 하나뿐이다. 안과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안경점에 가서 고를 때 몇 번이나 다시 고쳤던 내 안경. 이렇게 정성을 들여 눈이 갑자기 밝아졌던 경험은 내 안경이 유용한 신체의 일부가 됐다는 증거다.
"안경아! 앞으로도 쭉 내 눈이 되어 줘야 해. 아, 그리고 앞으로는 네게 함부로 굴지 않을게. 상처가 나지 않도록 소중히 대하고 항상 고마워할게. 그동안 막 다룬 것 미안해."
"괜찮아, 진형아. 지금처럼 잘 지내자."
"고마워.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항상 그렇긴 하지만 이제부터 더욱 소중한 내 눈이 되어줘."
우리는 '영원히 함께 갈 사이'라는 다짐을 했다. 나는 내 소중한 안경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평〉 많은 사람이 흔히 쓰는 안경을 글감으로 한 이 글은 참 재밌고 기발하다. 안경과 숨바꼭질한다는 비유가 특히 그러하다. 어떻게 이처럼 재밌는 상상을 했을까. 이 글에서 안경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을 한다. 이를 어려운 말로 의인화라고 하는데, 동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글쓴이처럼 안경과 안경집이 무슨 얘기를 도란도란하는지 들린다면, 작가가 될 소질이 있는 게 틀림없다. 숨어 있는 소질을 발견하자마자 글로 써보내는 것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