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으로 들어가는 광화문 앞에는 커다란 돌 조각이 양옆으로 하나씩 놓여 있어요. 둥근 코에 커다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대문을 지키는 이 동물은 '해태'예요. 사자처럼 생긴 해태는 갈기가 있고 몸 전체가 푸른 비늘로 덮여 있어요. 해태는 '해님이 보낸 벼슬아치'라는 뜻에서 '해치'라고도 불러요. 나쁜 기운과 악귀에게서 사람들을 지키라고 해님이 해태를 땅으로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 옛사람들은 새해에 좋은 일만 있기 바라며 연초에 해태 그림을 방에 붙였답니다. 해태는 물의 기운이 있어 불을 막아 주기도 해요. 조상들은 불이 날 위험이 있는 곳에 해태 그림을 붙여 놓으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경복궁을 지키기 위해 해태는 광화문 앞에 굳건히 서서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고 있답니다.
정의의 수호자
해태는 잘잘못을 가리고 벌을 주는 ‘정의의 수호자’예요. 좋고 나쁨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태만 곁에 있으면 더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답니다. 국회의사당 정문에도 정의로운 해태 한 쌍이 있어요. 해태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곳에서 국회의원이 공정하게 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답니다.
대사헌의 상징
조선 시대의 법원인 '사헌부'를 이끌었던 관료 대사헌은 해태를 수놓은 옷을 입었습니다. 사헌부는 조선 시대 지방관리가 비리 없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은 없는지 두루 살폈던 곳이죠. 대사헌은 사헌부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서 해태처럼 정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해태가 그려진 옷을 입었습니다.
봄나무 ‘한국 환상 동물 도감’ (이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