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아동 문학관] 동시- 귤 한 개
[어린이조선일보] [아동 문학관] 동시- 귤 한 개

귤 한 개
/박경용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

짜릿하고 향깃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싹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


한 개가
방보다 크다.


[해설]
과일가게에 가보면 황금 빛이 나는 귤을 흔하게 볼 수 있지요.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해와 비와 바람과 어울리며 동글동글 익힌, 겨울에 더욱 맛이 드는 과일.
'귤 한 개' 시가 되었습니다. '귤 한 개'는 향깃한 냄새로 화안한 빛으로 그리고 군침이 도는 맛으로 우리들 곁에 왔습니다.
이 시는 길지 않습니다. 짧은 시 속에다 이렇게 시인은 자신의 상상(상상)을 자유롭게 펼치고 새로운 생각의 눈뜸을 보여 줍니다. 특히 마지막 연은 이 시를 읽는 특별함을 우리에게 줍니다. 마지막 연을 노래하기 위해서 이 시가 쓰여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귤의 향내와 빛깔과 입맛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를 읽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가끔 그런 적이 있었을 거 얘요. 친한 친구와 함께 있다가 그가 가고 나면 허전한 느낌. 엄마가 없는 집은 텅 빈 것 같은 쓸쓸함.
이 시를 읽고 나면 귤 한 개가 방보다 큰 까닭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를 읽은 즐거움과 기쁨을 아는 것은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지은이]
박경용 선생님은 1940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서울 서라벌예술대학과 동국대학을 졸업한 후 시조(시조)와 시, 동시를 쓰며 1958년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당선됐다. '? 한 개' 작품으로 제6회 대한민국 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박경용 선생은 동시에 시조의 형식을 띠는, 소재(소재)가 다양한 시를 주로 쓴다. 지은 책은 '어른에겐 어려운 시' '별총총 초가집 총총' '귤 한 개' 등 동시집과 여러권의 시조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