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이채윤(경기 평택 가내초) 양은 '웹소설'을 쓰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장르(문학이나 예술에서 양식에 따른 갈래)는 로맨스 호러. 최근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끌며 웹소설 앱 인기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채윤 양은 "어린이가 소설책을 출간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웹소설은 누구나 쓰고 게시할 수 있다"며 "주변에 나 말고도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는 초등학생 작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잠깐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웹소설이 어린이부터 고령층까지 전 세대 독자를 사로잡으며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웹소설은 인터넷을 뜻하는 단어 '웹(web)'과 '소설'을 합친 말이다. 한마디로 작가가 인터넷에 공개하고, 독자는 인터넷으로 소비하는 소설을 말한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소설' '온라인 소설' 등으로 불리다가 2013년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소설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이용이 확산하고 카카오페이지·문피아 등 여러 웹소설 플랫폼이 생기면서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은 2013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6000억 원 규모로 7년 만에 60배가량 커졌다. 이는 종이책 시장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박서영(경남 창원 진해냉천중 1) 양은 웹소설을 읽는 이유를 "원할 때면 언제든지 잠깐 읽으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서영 양은 "굳이 종이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쉬는 시간에 읽으면 돼서 좋다"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결과, 10대(만 10세 이상~19세 이하) 이용자의 79.1%(중복 응답)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웹소설을 읽는다'고 대답했다. '소설을 책보다 스마트 기기로 감상하는 게 편하다'는 응답자는 67.2%였다.
직접 쓰면서 작품 보는 눈 기를 수 있어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원작으로 하는 2차 창작물도 활발하게 제작되는 추세다. 일본에 진출해 하루 1억 원씩 매출을 올리는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2016~2018년 연재된 동명(同名)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최근 방영해 화제를 모은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저스티스' 등 드라마도 웹소설에서 탄생했다.
초등학생은 웹소설의 중심 소비층 중 하나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어린이가 보기에 적절치 않다는 우려도 있다. 최태양(서울 종암초 5) 군은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웹소설은 선정적이어서 초등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웹소설 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면 어린이의 성적(性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성년자가 '19세 미만 구독 불가' 등 나이에 맞지 않는 웹소설 내용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제목이나 표지 등은 아무런 제약 없이 확인 가능하다. 일부 전체 관람가 작품 가운데 수위가 아슬아슬한 것들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웹소설의 주요 장르가 로맨스에 치우쳐 있다는 데 있다.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에 따르면 가정에서 정서적인 사랑의 올바른 형태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이가 로맨스 웹소설을 많이 읽은 경우 왜곡된 가치관에 물들기 쉽다. 그렇다면 무조건 웹소설을 피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박 협회장은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가 웹소설로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며 "어린이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웹소설의 특성을 활용해 직접 써 보고, 정직하고 건강한 내용으로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어린이 스스로 윤리적인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눈과 더불어 글쓰기 능력과 창의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웹소설이 다른 문화 콘텐츠와 가장 다른 점은 창작자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데 있다. 전문 장비가 없어도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작가로 데뷔할 수 있어서다. 순수문학(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학)과 달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다는 이유로 작가 연령층 폭도 넓다. 최근에는 웹소설 시장이 경쟁력을 키우면서 웹소설 작가가 전망 있는 미래 직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2019년부터 웹소설창작 전공을 별도로 개설했고, 동국대·단국대 등 대학은 문예창작과와 국어국문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유명 웹소설 작가 강의를 시작했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초등학생도 늘고 있다. 박시은(대전 대덕초 4) 양은 “웹소설 작가가 장래 희망”이라며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