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IQ(지능지수)와 교육 환경 중 어떤 요소의 영향이 더 클까요?

누가 영재일까

한때 영재냐 아니냐를 IQ로 판단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IQ가 전체의 상위 3~5%면 영재라고 판정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영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IQ와 상관없이, 한 분야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면 그 아이는 영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 아이들은 영재라는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영재들은 기억력·사고력·추리력 등 전두엽 기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전두엽이 발달하면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기억하고 해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머리가 좋다고 해서 모두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접한 정보와 지식을 공부와 연결하는 능력, 학습 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변연계나 우뇌 기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공부하는 데는 IQ뿐 아니라 정서지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성적에 관해서는 재능보다 환경과 공부 습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스포츠 혹은 예술 분야와 달리, 공부는 선천적 지능보다 후천적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는 겁니다.

과목별 IQ의 영향력

초등학생의 뇌는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발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분적으로 더 발달하는 부위가 있고 덜 발달하는 부위가 있지요.

IQ의 영향력은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국어의 경우, 초등 5학년까지는 국어 성취도가 IQ보다 교육 환경의 영향이 더 큽니다. 그러나 초등 6학년 과정부터는 교육 환경의 영향력이 줄고 IQ의 영향이 증가합니다.

수학은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국어와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IQ에 의한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국어보다 1년 정도 늦습니다. 수학 성취도의 경우 초등 6학년까지는 IQ보다 교육의 영향이 더 크고 이후에는 IQ의 영향이 증가하는 겁니다. 또 IQ의 영향력은 국어 성취도보다 수학 성취도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과학 성취도는 교육의 영향이 국어와 수학보다 더 오래갑니다.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보면 됩니다. 또한 과학 과목은 IQ의 영향이 국어와 수학보다 적고, 반대로 교육의 효과가 더 큽니다.

전반적으로 뇌는 발달 초기엔 주로 교육의 영향이 크고, 이후에는 IQ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즉 초등 시기의 성적은 IQ에 의한 영향력보다 교육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IQ와 교육의 영향력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어느 시기에 IQ의 영향력이 낮다고 해서 IQ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며, 어느 시기에 IQ의 영향력이 높다고 해서 교육의 영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초등 때 공부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

앞서 살펴본 연구 결과는 IQ의 영향력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증가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어릴수록 환경의 영향이 크지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IQ의 영향은 유아기에 40% 정도지만 성년 초기에는 60%로 증가하며 노년기에는 80%에 이릅니다.

중요한 것은 과목별 학습 발달의 결정적 시기, 즉 감수성기입니다. 감수성기에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재한 유전적 요인 또는 정상 발현돼야 할 여러 잠재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요. 따라서 초등학교 때는 교육에 의한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이 시기에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공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김영훈 의학박사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현재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 및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

베가북스 '공부 두뇌' (김영훈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