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솜 장수 네 명이 살고 있었어요. 그들은 솜을 사서 창고에 가득 보관해두었다가 값이 오르면 내다 팔아서 돈을 벌었죠.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쥐가 자꾸 솜을 엉망으로 만들었어요. 솜 장수들은 쥐를 쫓아내기 위해 고양이 한 마리를 샀죠. 그리고 각자 고양이 다리를 하나씩 맡아서 관리하기로 했어요. 그러던 어느 겨울날, 고양이가 오른쪽 뒷다리를 다쳤어요. 오른쪽 뒷다리를 맡은 장수는 고양이의 다리에 산초 기름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지요. 그런데 고양이가 아궁이 옆으로 갔다가 다리에 불이 붙고 말았어요. 놀란 고양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창고에 들어갔고 불이 솜에 옮겨붙었죠. 순식간에 창고는 잿더미로 변했고 솜 장수들은 빈털터리가 됐어요. 그러자 장수 세 명이 산초 기름을 발라 준 장수에게 따졌어요.

세 장수: "순전히 자네 때문이야. 왜 고양이 다리에다 불이 잘 붙는 산초 기름을 발랐어? 그것 때문에 솜이 다 타 버린 거야! 자네 잘못으로 우리까지 손해를 봤으니 솜값을 전부 물어내"

장수: "내가 고양이한테 불을 내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도 손해 본 건 마찬가지야. 나보고 다 물어내라니 너무하는 거 아냐?"

그들은 결국 사또에게 판결을 받으러 갔어요. 이야기를 들은 사또는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세 장수가 괘씸했어요.

사또: "이번 일은 너희 세 사람의 잘못이니, 오히려 저 사람에게 솜값을 물어 주도록 하라."

세 장수: "예? 사또 나리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 사람이 맡은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 때문에 불이 붙었습니다."

사또: "고양이는 오른쪽 다리에 불이 붙어 그 다리로는 제대로 뛸 수 없었을 것이다. 불이 붙지 않은 나머지 성한 세 다리로 뛰어들어간 것이지. 그러니 솜값은 너희 세 사람이 물어주도록 하라!"

어떤 법이 숨어있을까?

오늘 이야기는 고양이 때문에 벌어진 일을 둘러싼 네 장수의 다툼과 이를 통쾌하게 해결해준 사또의 이야기를 담은 전래동화인데요. 고양이 다리를 나눠서 맡기로 한 독특한 약속으로 시작된 이 싸움, 현재 우리 법을 적용해보면 사또의 판결은 과연 정답일까요?

우리 법으로 볼 때 사또의 판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어요. 먼저 고양이의 다친 다리를 맡았던 장수에게 일차적인 잘못이 있어요. 불이 잘 붙는 산초 기름을 발라주었다면 고양이가 아궁이 근처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애초에 솜 장수들이 고양이를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나머지 장수도 함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결국 다 타버린 솜에 관한 손해는 혼자서도 아니고 셋이서도 아닌 네 명이 함께 나누어 분담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장수 세 명을 대신해 한 사람이 고양이를 혼자서 관리하고 있었다면 전부 책임을 져야 할까요? 우리 법에서는 일부러 불을 내는 ‘방화’와 달리 실수로 인해 발생한 화재를 ‘실화’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불이 번져 다른 물건까지 태우는 걸 ‘연소(延燒)’라고 하지요.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옆에 있던 다른 물건까지 태운 경우, 큰 실수가 아니라면 책임져야 할 범위를 줄여주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요. 이 법에 따르면 화재의 원인, 피해의 정도, 배상의무자와 피해자의 경제 상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배상해야 할 금액을 줄여준답니다. 결국 고양이를 관리하고 있던 사람이 연소한 솜 전부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지만 법원은 위의 법을 적용해서 배상해야 할 금액을 합리적으로 결정해 줄 거예요. 이처럼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할지 아리송한 경우, 우리 법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책임을 분배해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답니다.

함께 생각해볼까요?

Q. 실수로 화재가 발생해 옆에 있던 다른 물건까지 태운 경우,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책임을 줄여주는 이 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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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까지 법무부 보호정책과 홈페이지(main.lawnorder.go.kr)에 접속해 메인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동화 속 법 이야기' 게시판에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어린이의 이름·학교·학년·주소·전화번호를 반드시 써주세요. 독자 중 5명을 추첨해 법교육 교재인 '교과서 속 법 이야기'와 '법무부 마스코트 인형<사진>'을 함께 보내드립니다. 당첨자는 다음 화에 발표됩니다.

당첨자: 이은율(부천 심곡초 2), 한정우(부산 남문초 5), 안서현(울산 신천초 3), 유제민(서울 잠원초 4), 조민서(전주 인봉초 3)

공동기획 | 소년조선일보 ·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