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데’란 음악을 들어봤나요? ‘현을 위한 세레나데’, ‘노래로 부르는 세레나데’ 같은 이름이 붙은 곡 한두 개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세레나데란 ‘저녁’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세라(Sera)’에서 나온 말이에요. 이탈리아에선 저녁 인사를 ‘부오나 세라(Buona sera·좋은 저녁입니다)’라고 하거든요. 흔히 이탈리아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집 창문 앞에서 밤에 부르는 사랑의 노래를 일컬어 세레나데, 즉 ‘저녁의 노래’ 또는 ‘밤의 노래’라고 해요.

세레나데는 노래로 부르는 게 정석이지만 기악곡으로도 연주됩니다. 18·19세기 귀족들의 저녁 파티에서 현악이나 관악 합주단이 연주하는 세레나데가 자주 울려 퍼지곤 했으니까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년)의 세레나데나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년)의 세레나데입니다.

모차르트는 열세 곡의 세레나데를 만들었는데, 그 중엔 독특하게 관악기로만 연주하는 곡도 있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등장하죠. 가장 유명한 곡은 가장 마지막으로 작곡한 13번 세레나데입니다. 제목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 musik)’. ‘작은 밤의 음악’이란 뜻이죠.

밤에 연인에게 불러주던 여느 세레나데와 달리 18세기에 쓰인 이 곡은 모음곡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파티에서 즐기기 위해 가볍게 만들어진 실내악 디베르티멘토와 교향곡의 중간 형태라고나 할까요. 여러 개의 악장의 기악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보통 4악장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왕후 귀족의 살롱과 정원에서 즐겨 연주됐죠. 모차르트는 1787년 빈에서 13번 세레나데를 쓰고 공연했는데, 이 곡이 훗날 그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됐습니다.

특히 1악장 ‘알레그로’는 여러분도 다 아는 경쾌한 곡이에요. 여러 현악기가 일제히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걸 ‘유니슨(unison)’이라고 하는데요, 이 명랑한 선율이 유니슨으로 연주되죠.

2악장은 로망스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로만쩨’라고도 하죠. 로만쩨는 중세에 태어난 사랑의 노래인데 로망스는 여기에서 발전해 달콤하고 느릿한 악장이 됐어요. ‘기악으로 노래하는 악장’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로만쩨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3악장은 모차르트 시대에 가장 유행했던 프랑스 궁정 춤곡 ‘미뉴엣’이에요. 여러분도 이 3박자의 춤곡에 맞춰 친구와 손잡고 춤춰 보세요.

4악장은 ‘론도 알레그레토’인데요. 4개 악장 중 가장 빠르고 신나는 곡입니다. 경쾌하고 환희에 찬 멜로디와 리듬이 여러분을 즐겁게 해줄 거예요. 이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악이니까요.

4개 악장 모두가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게 이 곡의 특징이에요.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멜로디여서 그의 고향인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 가보면 열쇠고리나 가방, 연필, 볼펜 같은 기념품에도 이 멜로디가 악보로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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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특정 작곡가의 곡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로 불리며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을 담당했던 지휘자 네빌 마리너가 이끄는 영국 런던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연주를 추천해 드려요. 모차르트가 추구하던 음악적 즐거움이 매우 잘 표현돼 있거든요. 요즘 다양한 실내악 공연과 녹음으로 유명한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편안하고 깔끔한 연주도 좋습니다.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상쾌하고 섬세한 앙상블을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