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의 온도변화와 해수면의 상승 등은 해양생물이 자라는 환경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다양한 바다 생물 중 육상 식물처럼 바닥에 붙어 자라는 해조(바다풀)류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기후변화 지표종으로서의 해조류

해조류(seaweed)는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 따른 대류열(밀도 차이에 따라 기체가 이동하며 열이 전달되는 현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육상 생물에 비해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바다의 대표적 1차 생산자로서 해양동물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해조류의 생육지 변화는 다른 해양생물의 다양성 변화에 영향을 준다.

-"난 시원한 물이 좋아" : 한류성 지표종…참빗풀

참빗풀은 홍조류(자줏빛을 띤 해조류)의 일종으로 분류학적으로는 빨간검둥이과(Rhodomelaceae)에 속한다. 잎 부분의 모양이 참빗과 같이 생겨 가시와 같은 짧은 가지들이 양쪽에서 어긋난다. 참빗풀은 동해안의 강원도 중부 이북의 차가운 바다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처음 발견된 곳(기준표본 채집지)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이고 일본에서도 홋카이도에만 있는 대표적인 한류성 종이다. 따라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그 분포지가 북쪽으로 올라가거나 바닷속 깊은 곳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뜻한 난류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요" : 난류성 지표종…옥덩굴·비단망사·넓패·주름뼈대그물말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선정된 종 가운데 참빗풀은 제외한 나머지 4종은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난류성 종들이다. 녹조류에 속하는 옥덩굴은 그 속(genus)에 속하는 종들 모두가 전형적인 남방계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매우 유명한 종들이다. 옥덩굴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남해안의 조하대(썰물 때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에서 수심 40~60미터까지의 연안 구역)나 조간대(밀물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의 조수웅덩이(바위가 움푹 파여 썰물 때에도 바닷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지역)에 널리 자라는 종으로, 동한 난류를 따라 울진 죽변까지 분포한다.

옥덩굴은 생김새가 마치 작은 청포도 송이같으며, 동남아시아에선 샐러드로 즐겨먹기도 한다. 홍조류에 속하는 비단망사는 잎 부분의 끝이 비단결의 망사처럼 예쁘게 갈라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분포하는 종으로, 최근엔 제주도 일대에서 생물량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경우가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넓패와 주름뼈대그물말은 갈조류에 속하는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넓패는 우리나라 남해안, 서해안 및 제주도의 조간대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으나, 최근 동해안 남부의 양절갑과 부산 기장에서도 관찰돼 분포지가 점차 북쪽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주름뼈대그물말은 주로 제주도, 남해안 및 울릉도 등 동한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역에 분포한다. 최근엔 경북 울진 지역까지 분포된 것으로 확인돼 동해안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종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