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곡가 생상스(1835~1921년)만큼 다양하게 공부하고 여러 분야에 취미를 갖고 있던 작곡가는 없었습니다. 그는 일단 작곡·피아노·오르간에 뛰어났고요. 파리음악원 원장으로 지내면서 그림도 잘 그렸고, 시도 썼답니다. 또한 철학·천문학·동물학·식물학·광물학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채로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연구를 할 정도였습니다.
1886년 생상스가 51세일 때, 친구 샤를 르부크는 자신이 주최하는 빈 카니발 음악회에서 연주하기 위해 생상스에게 곡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14곡으로 이뤄진 곡을 모두 쓰고 나니 갑자기 걱정이 됐어요. 진지한 음악을 작곡했던 자신의 명성에 흠이 될까 봐 이 14곡의 작품 중 단 한 곡만을 연주하도록 허락했어요. 바로 우아한 첼로 솔로곡 ‘백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동물의 사육제’가 생상스의 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죠. 생전에 생상스의 원곡은 플루트, 클라리넷, 2대의 피아노, 실로폰,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등의 실내악 편성으로 되어 있지만 요즘은 오케스트라 곡으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과 함께 청소년에게 클래식을 이해시키기 위해 작곡된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곡입니다.
1곡은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입니다. 사자의 위용이 2대의 피아노와 트럼펫으로 화려하게 나타나요. 2곡은 수탉과 암탉인데요. 클라리넷과 피아노로 암탉과 수탉이 꼬꼬꼬 울고, 모이를 쪼는 모습이 귀엽게 표현되어 있어요. 3곡은 야생에서 뛰노는 당나귀입니다. 무척 빠르게 흥분해서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두 대의 피아노가 옥타브를 빠른 스케일로 오가는 테크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4곡은 거북이. 역시 느리군요. 5곡은 코끼리입니다. 육중한 코끼리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경쾌하게 왈츠를 추고 있는 모습이 무거운 콘트라베이스로 연주됩니다. 6곡은 점프력 좋은 캥거루가 팔짝팔짝 뛰어노는 모습이 2대의 피아노로 표현되죠. 7곡은 수족관.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어요.
8곡은 귀가 큰 등장인물인데요. 교대로 등장하는 제1·2바이올린이 집당나귀의 우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9곡은 숲 속의 뻐꾸기입니다. 클라리넷이 뻐꾸기예요. 이번엔 10곡 커다란 새장이에요. 역시 새 하면 플루트죠? 플루트가대활약을 펼친답니다. 11곡은 피아니스트. 생상스는 인간도 동물의 사육제에 등장시켰습니다.
12곡은 화석입니다. 무덤에서 나온 뼈다귀 해골들이 춤을 귀엽게 추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13곡은 호수 위를 우아하게 춤추는 ‘백조’. 물밑에선 열심히 물장구를 치지만 물 위의 모습은 언제나 우아하죠! 자, 이제 마지막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동물이 함께 모두 등장해 열심히 경주를 펼치네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드미컬합니다. 동물의 경주, 아니 동물의 사육제는 언제나 즐겁답니다. 마음껏 즐기세요. 여러분!
장일범의 추천음반
최근 앨범으로는‘피아노의 여제’마르타 아르헤리치<사진>가 니콜라스 안젤리치와 함께 피아노를 치고, 르노와 고티에르 카퓌송 형제가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를 맡은 앨범이 앙상블도 뛰어나고 매우 즐거운 기분이 전해져 즐겁습니다. 한국어 해설이 들어 있는 앨범 중에는 성우이자 MC 송도순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앨범도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