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타자기를 보려면 박물관이나 골동품 가게에 가야 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타자기는 사무실의 필수품이었다. 컴퓨터의 ‘문서 작성’ 기능을 타자기가 대신했고, 또 대부분의 사무실에는 타자를 치는 ‘전문 직원’(타이피스트)이 한두 명씩은 꼭 있었다.
타자기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1700년대 초 영국의 헨리 밀이 특허를 얻은 기록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1829년, 1833년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지만 실용화될 정도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쳤다.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타자기의 원리를 처음 발명한 것은 미국의 크리스토퍼 숄스(1819~1890년)다. 숄스는 10대에 인쇄소에서 일했고, 지역 신문사 편집장으로도 활동했다.
1864년,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만든 ‘책의 쪽수를 자동으로 달아주는 기계’로 특허를 받았다. 이후 친구 글리든이 제안했다. “숫자와 함께 글자까지 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숄스는 이 아이디어에 솔깃했고, 곧 궁리를 시작했다.
숄스는 마침내 사람 손이 아니라 기계로 글을 쓰는 ‘제대로 된 타자기’를 만들어냈다. 1868년 6월 23일에는 특허를 받았고, 1873년에 1만 2000달러라는 거금을 받고 특허권을 ‘레밍턴 총기회사’에 팔았다. 숄스의 발명품은 ‘레밍턴 타자기’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이 타자기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이 자판은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었는데, 조금만 빨리 쳐도 자주 엉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숄스는 자주 사용되는 알파벳들을 서로 멀리 띄어 놓았다. 이 자판은 왼쪽 상단에 나란히 배열된 알파벳 글자 QㆍWㆍEㆍRㆍTㆍY 6개의 이름을 따서 ‘쿼티(QWERTY)’라고 불렸다. 현재의 컴퓨터 키보드도 숄스가 130여 년 전 고안한 배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물론 이 자판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a'나 'o' 's' 같은 자주 쓰는 철자를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손가락으로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더 나은 자판 개발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쿼티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 새로운 자판 배열을 배우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