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어버이날이다. 동물 세계에도 감동적인 부성애와 모성애 얘기가 많다. 오늘은 새끼를 위해 나무 속에 갇혀 버리는 큰코뿔새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큰코뿔새(Great hornbill)라는 이름은 부리 위에 또 다른 부리처럼 보이는 근사한 뿔 때문에 생겼다. ‘케라틴’이라는 가벼운 물질로 만들어진 이 뿔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큰코뿔새는 외모 못지않게(멋진 뿔과 깃털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멸종위기에 있다) 새끼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도 아름다운 새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엄마 큰코뿔새는 속이 빈 나무를 찾아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배설물, 나무껍질, 진흙 등을 이용해 나무 구멍을 막아 버린다. 부리만 겨우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만 남긴 채 말이다. 자, 이제 엄마 큰코뿔새는 나무 속에 완전히 갇힌 신세가 되어 버렸다. 왜 스스로를 좁은 나무 속에 가두는 것일까? 그 속에 숨어 있으면 알이나 새끼를 노리는 뱀, 원숭이 등의 천적들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여보, 깜깜하고 비좁은 곳에서 잘 견뎌낼 수 있겠소?”

“참을 수 있고말고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까짓 것쯤이야….”

나무 안에서 큰코뿔새 엄마는 보통 2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는 40∼5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날개 한 번 마음대로 펴지 못하고 햇빛도 제대로 쬐지 못하는 동안 엄마 큰코뿔새는 비행용 깃털이 빠져 날 수 없게 된다.

그 사이 아빠 큰코뿔새는 꼼짝 없이 갇혀 있는 엄마 큰코뿔새를 위해 끊임없이 먹이를 날라다 준다. 만약 아빠 큰코뿔새가 다른 동물이나 밀렵꾼들에게 잡혀 죽기라도 하면 엄마는 그 안에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구멍을 뚫고 나온다 해도 깃털이 없으니 나무 아래로 추락할 게 뻔하다.

약 50일 후. 새끼가 태어난 후에도 엄마 새는 여전히 갇혀 있어야 한다. 2∼3달이 더 지나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 둥지가 비좁아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엄마는 벽을 허물고 둥지 밖으로 나온다(이때쯤이면 비행용 깃털이 새로 돋아나 날 수 있다). 무려 네 달 만에 보는 세상이지만, 엄마는 바로 일을 시작한다.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를 숨기기 위해 다시 구멍을 막은 후, 아빠 새를 도와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사랑하는 새끼에게 강한 날개가 생길 때까지 말이다.

4달을 어둠 속에 갇혀 사는 엄마 큰코뿔새. 그리고 쉴 새 없이 먹이를 날라주는 아빠 큰코뿔새.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 누가 이런 초능력에 가까운 참을성과 사랑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가 어렸을 때 이맘때면 어김없이 색종이를 접어 카네이션과 카드를 만들곤 했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큰코뿔새(Great Hornbill)

코뿔새는 세계적으로 약 50여 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종류가 큰코뿔새다. 몸길이는 약 1.5m로 그 중 꼬리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양 날개를 편 길이는 180cm 정도. 황금빛의 커다란 부리와 검은 깃털이 특징이다. 무화과열매를 가장 좋아하지만 때로 작은 포유동물, 도마뱀, 뱀, 곤충을 먹기도 한다. 동물원에서는 50년 정도 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리스트(Red List)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우림에 사는데, 우리나라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면 큰코뿔새를 만날 수 있다.

<신문으로 공부해요>

문제 1>엄마 큰코뿔새가 스스로 나무 속에 들어가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문제 2>큰코뿔새라는 이름을 갖게 된 유래는 무엇인가요?

문제 2>큰코뿔새가 멸종 위기에 빠진 것은 무엇 때문인지 설명해 보세요.

/ 김소희ㆍ동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