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서 떨어진 똥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괭이갈매기들은 날갯짓을 배우느라 한창이고, 어미 갈매기들은 새끼들을 먹이느라 분주히 물고기를 나르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수선한 틈을 타서 이 섬에 도둑 갈매기 한마리가 날아들었어요. 도둑 갈매기는 혼자 이 섬 저 섬으로 날아다니며 다른 갈매기들의 알을 훔쳐 먹고 새끼들을 잡아먹는 못된 사냥꾼이에요. 그 도둑 갈매기도 노련한 사냥꾼답게 어미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새끼 괭이 갈매기 곁으로 소리 없이 다가갔어요.
그때였어요. 퍼드덕! 새끼 괭이갈매기를 낚아채려던 도둑 갈매기의 머리 위로 하얀 똥 덩어리들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위기에 놓인 새끼 괭이갈매기를 구하기 위해 어른 괭이갈매기들이 도둑 갈매기를 향해 똥을 갈겨 대고 있었던 거예요! 괭이갈매기들은 똥만 가지고 도둑 갈매기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어떤 놈이 내 새끼를 훔쳐 가느냐?
괭이갈매기는 몸길이가 46cm 정도이고,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꽁지깃 끝에 검은 띠가 있어요. 괭이갈매기는 바다 위를 날면서 수면 가까이 헤엄치는 물고기나 오징어를 잡아먹어요. 평소에는 바닷가, 강가, 저수지 등에 흩어져 살다가 번식기인 봄이 되면 외딴 바위섬으로 수천 마리가 모여든답니다. 괭이갈매기는 이렇게 무인도에 모여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아요.
그런데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은 수가 모여 살기 때문일까요? 번식기가 되면 괭이갈매기들은 저희끼리 자주 다툰답니다. 자기 영역(세력권)을 정해 놓고 다른 갈매기가 그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 쫓아내 버리지요. 철모르는 새끼 괭이갈매기가 다른 어른 괭이갈매기의 영토 안으로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자주 일어나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괭이갈매기들은 저희끼리 이렇게 다투다가도, 적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똘똘 뭉쳐 맞서 싸운답니다. 특히 부모가 사냥을 나간 틈을 타 알과 새끼를 훔치러 오는 도둑 갈매기가 있으면, 섬에 남아 있던 모든 어른 괭이갈매기들이 힘을 합쳐서 도둑 갈매기를 물리치지요. 무시무시하게 똥을 갈겨 대는 이른바‘똥 폭격대’를 조직해서 말이에요.
“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무리의 수가 많으면 저희끼리 다툴 일도 많아지지만, 적의 침입을 살펴볼 눈도 많아지게 마련이에요. 번식지에 도둑 갈매기가 숨어들면, 괭이갈매기들은 바로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온 섬이 떠나갈 정도로“우웽, 우웽”하고 울어 댄답니다.“ 적이 침입했다. 모두 똥 폭탄을 장전하고 공습에 임하라!”하고 공습경보를 울려 대는 셈이지요.
그러면 괭이갈매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로 날아올라요. 그러고는 낚시꾼이나 도둑 갈매기가 있는 곳으로 날
아가, 똥을 갈겨 댄답니다. 새들은 비를 맞으면 제대로 날 수가 없어요. 날개가 젖으면 무게가 늘어나서 몸을 띄우기가 힘들거든요.
그런데 빗방울보다도 몇 배나 큰 똥 덩어리가 쏟아져 내린다면 어떨까요? 끈적한 똥이 날개를 뒤덮어 제대로 날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똥 폭격대가 뜨면 도둑 갈매기는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에요. 안 그랬다가는 괭이갈매기들한테 피투성이가 되도록 쪼이고 말 테니까요.
한 가지 더 알아볼까요!>고양이처럼 울어요
괭이갈매기의'괭이'는 고양이의 다른 말이에요. 괭이갈매기의'우웽우웽'울음소리가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NIE 신문으로 공부해요
*괭이갈매기들은 평소에는 흩어져서 살아가요. 언제가 되면 한곳에 모여들까요?
*괭이갈매기들이 적을 물리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햇살과나무꾼 글, 백남원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