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말 두산 이승진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9.03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주자가 나가면 저도 모르게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데, 그 떨리는 긴장감이 너무 좋아요."

진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주말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두산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캐치볼을 하고 있는 이승진.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09.13

두산 베어스 투수 이승진은 지난 5월말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2:2 트레이드 당시 팀을 옮겼다. 이승진과 권기영이 두산으로 이적했고, 이흥련과 김경호가 SK에 합류했다. '미완의 유망주'로 남아있던 이승진은 그렇게 처음으로 팀을 옮기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적 직후에는 두산 코칭스태프의 반응도 '반신반의'였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승진은 당시를 떠올리며 "밸런스가 정말 안 좋았다. 작년부터 스피드가 떨어졌었는데, 1군에만 올라오면 시속 140㎞ 이상이 안나오더라. 폼도 바꿔보고 스트레스가 정말 너무나 심했다. 구속이 더 이상 안 늘줄 알았다. 트레이드 직전에 그래도 구속이 147㎞까지 나왔었는데, 두산에 오고 나서 다시 3㎞ 이상 떨어졌다. 거기서 '멘털 붕괴'가 왔다. 나는 이제 스피드가 안 나올 운명인가보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적 직후 1군에서 2경기를 '맛보기' 하고 2군에 내려가 트레이닝 기간을 거쳤다. 이승진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시기였다. 이승진은 "2군 코치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박철우 감독님부터 코치님들이 투구폼, 타자를 상대하는 법, 하체 밸런스 등 하나하나 세세하게 봐주셨다. 또 심리 상담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신기하게도 2군에서 훈련을 하면서 일주일에 2㎞씩 구속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1군 올라와서 총 구속이 7~8㎞ 늘었다. 거의 기적이었다. 깜짝 놀랐다"며 눈을 크게 떴다. 세심한 관심은 선수의 자신감을 향상시켰다. 이승진은 "두산 육성 시스템이 정말 좋다고 느꼈다. 특히 심리 상담의 경우, 고등학교때부터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 상담했었는데 지금까지 만나본 분들 중에서 두산에 와서 상담한 코치님의 조언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두산 관계자는 "멘털 코치가 2군 선수들을 일주일에 1~2회 정도씩 찾아 심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2군 코치들에게 집중 레슨을 받으면서, 실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김태형 감독은 "2군 코치들이 이승진이 정말 좋아졌다고 계속 추천을 하더라"며 콜업 이유를 밝혔다. 약 2개월간 이천에서 지낸 이승진은 7월말 다시 1군에 올라와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체 선발이었다.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공백으로 선발진 빈 자리를 채워야 했다. 투구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쉽게도 첫 승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안타를 맞더라도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는 시원한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감독과 코치진도 이승진의 발전에 크게 기뻐했다.

플렉센의 복귀 이후 지금은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이동한 상태. 하지만 '전혀' 섭섭하지 않다. 이승진은 "선발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그는 "제가 회복력은 정말 좋은데 체력이 안 좋다. 선발로 나가는데 제구가 안 좋다보니까 투구수가 많았다. 1회에 30개를 던지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2회에 너무 힘들다. 지금으로서는 중간 투수로 나가는 게 좋다. 회복력이 좋으니까 차라리 매일 던지는 게 낫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선발승에 대한 미련도 없다. 이승진은 "아쉬움은 정말 하나도 없다. 기록 욕심도 없다. SK때 항상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투수였다. 도움이 되는 것 자체로 너무 좋다"며 즐거워했다.

그냥 보직을 이동한 것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과 김원형 투수코치는 이승진의 구위가 워낙 좋아, 선발이 아닌 필승조로 뒤를 막아줄 수 있을거라 판단해 포지션을 바꿨다.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타이트한 승부의 하이라이트에 이승진이 등판한다. 이승진은 "매우 재미있다"고 했다. "'쫄리는' 상황이 스릴 넘친다. 볼넷을 주거나 안타를 맞으면 다리가 덜덜 떨리는데, 다리 떨리는 느낌이 재미있다. 긴장되면서 떨리지만 그게 재미있다. 좋은 긴장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중요한 상황에 필승조로 등판한 장면을 돌아보며 이승진은 "상대팀에 손 혁 감독님이 계셨다. SK때 투수코치님이셨는데, 그분 앞에서 필승조로 나가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밝게 웃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 이승진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바꾼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KT전에서 팽팽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을때 그때가 가장 긴장됐다. 기쁘기도 하면서, 내가 잘하면 앞으로 필승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자는 생각만 했다"면서 "두산에 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SK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었을때 많은 관중 앞에서 정말 떨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 무대에서 무실점하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레이드의 좋은 예'로 성장하는 이승진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